‘1조→600억’ 성장 경고등…K-유니콘의 위기 [Deep Spot]
직방, 컬리, 야놀자 등…기업가치 최대 90% 급락
급변하는 기술 환경, 본업 가치 달라져
韓 기업, 글로벌 투자서 외면…유니콘까지 성장도 더뎌
![벤처 회사들이 밀집한 경기 성남시 판교 지역 모습 [임세준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5/ned/20260625092405382ywyk.png)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1조→ 626억원”
최근 넥써쓰에 매각된 원스토어의 매각가다. 원스토어는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을 넘보는 ‘유니콘’으로 주목받았지만 매각 성적표는 참담하다. 수년간 상장, 매각이 거듭 불발되면서 국내 토종 앱스토어의 자존심이었던 원스토어의 가치는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국내 ‘유니콘’이 ‘언더콘(뿔을 잃은 유니콘)’으로 전락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최근 성장 경고등이 켜진 ‘K-유니콘’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투자 위축→상장 실패→기업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굳어지면서 유망 기업들의 성장 동력에 급제동이 걸렸다.
600억원대에 그친 원스토어의 매각가는 ICT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장현국 대표가 이끄는 넥써쓰는 SK스퀘어·네이버·스틸넘버원제일차·크래프톤으로부터 원스토어 주식회사 지분 84.63%를 약 626억원에 인수한다.
원스토어는 구글과 애플의 대항마로 탄생한 국내 토종 앱 마켓이다. 2016년 출범 초창기에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이용자 확보에 나서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성장의 정점에 있던 2022년 코스피 상장까지 추진했다. 당시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이 1조1111억원에 달하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거시경제 악화로 인한 증시 위축과 고평가 논란에 직면하면서 결국 상장이 철회됐다. 상장 무산으로 치명상을 입은 원스토어는 이후에도 수년간 상장, 매각이 연달아 불발되며 SK그룹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결국 1조원대에 달했던 몸값은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 600억원대 떨어지며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촉망받던 ‘유니콘’의 몸값 추락 ‘잔혹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때 기업가치 평가액이 2조5000억원에 달했던 프롭테크 대표 기업 직방은 최근 기업가치가 90% 급락했다.
미국계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가 직방의 지분 3%를 인수를 하면서 평가한 기업가치는 3000억원. 과거 2조5000억원의 8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직방은 2022년 삼성SDS 홈 IoT 사업부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나섰지만 무리한 외형확장과 업황 불황이 맞물리면서 본업인 플랫폼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2014년 새벽 배송으로 시작해 7년 만에 유니콘 대열에 올랐던 컬리 역시 몸값 거품이 꺼지면서 기업가치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4조원에 달했던 컬리의 몸값은 2023년 2조원대로 꺾인 데 이어 지난해 5400억원까지 고꾸라졌다. 유니콘의 최소 기준인 기업가치 1조원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
최근 네이버로부터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2조8000억원대로 평가받았지만 재무구조 개선 등 최종 IPO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야놀자’ 역시 상장이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야놀자 측은 10조원대의 몸값을 고수하고 있지만 장외시장에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2~3조원까지 낮아졌다. 낮은 영업이익률과 플랫폼 사업의 성장 평가가 낮아지고 있는 점이 기업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스토어 [원스토어 홈페이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5/ned/20260625092405692jfby.png)
과거 유니콘 기업들의 몸값 하락은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이 2016년 이후 탄생한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 대한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에 최종 자금 조달을 마친 기업들의 가치는 평균 52% 하락했다.
대규모 투자 붐이 일었던 2021년에 조달을 마친 기업들의 가치 하락세는 68%에 달했다.
업계에선 ICT 기술 변화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불과 5~10년 사이에 유망 분야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5년 전 만 해도 유망했던 과거 유니콘 기업의 본업 가치가 시장에서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빠르게 변화는 상황에서 과거 정점을 찍었던 기업가치가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말 그대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이 유니콘 기업의 가치 평가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업의 가치가 달리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성장 붐이 일었다가 거품이 꺼진 플랫폼 분야에서, 기업의 가치 하락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이를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인공지능(AI)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정책저장소의 벤처투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기준 AI 분야 투자 집행액은 1584억달러(약 244조원)로 2015년의 약 4배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벤처투자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에서 55.7%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회사들이 밀집한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헤럴드DB]](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5/ned/20260625092405920yaup.png)
유니콘 기업 성장의 기반이 되는 글로벌 투자 유치에서 한국이 소외당하고 있는 점이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
OECD 통계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AI분야 벤처투자 유치 국가별 비중 중 한국은 15억7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로 9위에 머물러있다. 규모는 미국의 73분의 1, 중국의 6분의 1 수준으로, 전체의 1%에 그친다.
한국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속도도 글로벌 국가에 비해 더디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회사 설립부터 유니콘으로 등극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8.99년이다. 중국(6.27년), 미국(6.70년), 독일(6.48년) 등과 비교해 속도가 느리다.
유니콘의 탄생과 지속적인 성장이 미래 국가 핵심 기술의 먹거리가 되는 만큼, 정부도 벤처 생태계와 유니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30년까지 50개 유니콘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미래 유니콘 기업 15개 사를 선정하고 해외 진출 등 국내 유망 기업 육성에 공을 들인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국내 유망 ICT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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