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보릿고개’ 사라진다…마이크론, 장기계약 중심 사업전환
성사 시 매출 절반 ‘장기계약’
삼전닉스도 3~5년 공급 추진
“메모리 공급난 2028년 개선”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6건의 장기 공급계약 추진 현황을 공개했다.
인공지능(AI) 열풍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예측 가능한 ‘선(先) 수주 후(後) 공급’ 구조로 만들 경우, 수십년간 지속됐던 ‘호황 뒤 보릿고개’ 시장 흐름은 안정적인 성장세로 바뀐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컨퍼런스콜에서 “16건의 전략적 고객협약(SCA)을 체결했으며, 이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협의 중인 계약까지 완료될 경우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이 계약 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가는 마이크론 실적에 앞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장기 공급계약 현황에 주목한 바 있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현재 SCA에 따른 수주잔량(RPO)은 약 1000억달러(약 155조원)에 달한다. 16건의 계약 가운데 7건이 ‘주요 계약’으로 분류됐으며, 대형 4건·중형 3건으로 구성됐다.
회사는 고객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대부분 “고정된 다년 계약을 통해 물량과 수요 가시성이 확보된”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라고 설명했다.
SCA는 기존 연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과 달리 5년(자동차 부문은 3년) 기간에 걸쳐 물량과 가격을 사전 확정하는 방식이다.
메로트라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SCA는 사업 가시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사들도 자체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확실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두 회사 역시 주요 글로벌 빅테크와 3∼5년 장기 공급계약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 업체들은 그동안 시장 가격에 따라 물량을 팔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 불황을 견디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는데, AI 인프라 투자 급증이 이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투자분석 플랫폼 트레이딩키(TradingKey)는 고성능 칩 제조사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단순 부품에서 전략자산으로 인식하면서 3∼5년 장기계약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로트라 CEO는 “고객사들은 메모리·스토리지 공급 부족이 개선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공급은 2028년 들어서야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아이다호·뉴욕 신규 팹은 각각 2027년 중반과 2028∼2030년, SK하이닉스 M15X 라인과 삼성 P5 라인도 2027∼2028년쯤 가동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공장 가동 전까지는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마이크론 4분기 가이던스 상향 조정의 근거가 됐다. 마이크론은 4분기 매출을 시장 예상치(435억8000만달러)보다 높은 500억달러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86%로 3분기(81.2%)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메모리 ‘빅3’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사상 초유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70조, SK하이닉스는 27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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