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입양하겠다며 벌어진 선의의 경쟁... 아픈 고양이에게 일어난 기적

장형인 2026. 6. 2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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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제공, 동그람이

part1
대장냥이었을
우리 고양이 베리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호자님 자기소개와 반려동물(베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초보 집사 '베리 엄마'입니다. 저희 집 반려묘 '베리'는 이제 막 한 살이 된 수컷 세발냥이에요. 주변 친구들에게는 '샹크스', '고창석', '뚱묘'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베리'라는 이름은 처음 베리를 발견했던 회사 이름의 일부에서 따왔는데요. 이름의 귀여운 느낌이 베리의 동글동글한 이미지와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어요.

얼굴도 동글동글, 눈도 동글동글! 보호자 제공
우리 베리, 포스가 남다르죠!? 보호자 제공

Q. 집사의 내새꾸 자랑을 빼놓을 수 없죠. 집사의 주접을 마음껏 보여주세요~

베리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모습이에요. 얼굴도 푸짐하고 몸도 오동통해서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죠. 수컷 고양이는 얼굴이 크면 미남이라고 하던데, 베리는 그 기준에 아주 충실한 미남묘예요. 덩치도 좋아서 만약 다치지 않고 길 생활을 했다면 분명 동네 대장냥이가 되었을 거예요.

뒤통수 미남! 보호자 제공
얼굴이 어쩜 이리 동글동글할까요? 보호자 제공

개인적으로는 베리의 뒤통수를 정말 좋아해요. 마치 누가 ☕커피를 한두 방울 톡 떨어뜨린 듯한 무늬가 있는데, 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뽀뽀해요. 통통하고 짧은 꼬리도 꼭 너구리 같아서 매력 포인트 중 하나예요.

성격도 정말 사랑스러워요. 제가 주방이나 화장실에 가면 졸졸 따라오고, 침대에 누우면 옆에 올라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애교도 많고 순한 편이라 하악질하는 모습을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예요. 동글동글한 외모에 순한 성격, 그리고 껌딱지 같은 애교까지 갖춘 완벽한 고양이라고 생각해요.

part2
베리와 가족 되기

Q. 베리와는 어떻게 가족이 되셨나요

베리는 제 전 직장 주차장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입니다. 당시 회사 주차장에는 터를 잡고 지내던 고양이가 두 마리가 있었거든요. 베리는 그 고양이들의 새끼가 아닌 것처럼 보여서 처음 봤을 때부터 신경이 쓰였어요.

어느 날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아깽이었던 베리가 들짐승에게 공격을 당한 듯 왼쪽 앞발 절반이 뜯겨 있는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회사 대표님의 도움으로 치료와 보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 후 대표님이 매일 베리를 회사로 데려오고 집으로 데려가며 돌봐주셨어요. 외부 미팅이 많으신 편이라 업무 시간 중엔 베리를 제 옆자리로 데려와 같이 지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가장 가까이에서 베리를 돌보게 되었고, 하루하루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많이 마음이 쓰였어요.

처음 발견된 베리ㅜㅜ 보호자 제공
베리는 왼쪽 앞발 절반이 뜯겨져 있었어요. 보호자 제공
작은 아깽이라 처음엔 수술도 하지 못했답니다. 보호자 제공
입양 전 사진인데요, 이렇게 베리는 집사 일할 때 품에 안겨 있었답니다. 보호자 제공

그때 베리의 입양 문제로 여러 논의를 했었어요. 대표님은 제가 워낙 베리를 예뻐하니 입양할 의사가 물으셨죠. 저는 입양 의사를 밝히고 바로 독립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하루 만에 부랴부랴 집을 계약하고 왔는데, 다음 날 회사 대표님께서 자신이 베리를 입양해도 될지 물으시더라고요. 대표님께서 직접 병원도 데려가시며 보살피면서 정이 들어 키워도 될지 하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저는 사실 그 메시지를 받고 눈물도 났답니다. 베리랑 함께 살 생각에 미래 계획을 하는 와중 받은 메시지라 더 감정에 북받쳤던 것 같아요. 알고 보니 대표님은 제가 베리를 처음 발견해 책임감으로 키우려는 줄 아셨대요. 대표님과 잘 소통해 베리는 제가 데려가 평생 책임지는 걸로 마무리됐습니다.

쌀알 같은 이빨도 너무 귀여워요! 보호자 제공
작고 소중한 아깽이 보호자 제공

사실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정말 고민이 많았고, 정말 신중하게 결정했습니다. 처음엔 베리 완치 후 회사 정원에서 돌보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베리가 집에서 지내는 게 더 안전하고 행복하겠다 싶었죠. 물론 대표님이 입양했다면, 저보다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 줄 수도 있었겠지만 저도 끝까지 책임지고 감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베리를 데려왔답니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더 소중하게 지내고 있어요!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모를 인연을 느꼈고, 함께 지내며 그 마음이 더욱 커졌거든요. 결국 제가 책임지고 가족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베리는 제 평생 가족이 되었습니다!!

베리 어렸을 적 사진은 모두 묘생샷! 보호자 제공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베리는 완치됐답니다. 보호자 제공

Q. 베리의 치료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베리의 수술과 완치까지의 과정을 알려주세요!

베리는 발견 당시 왼쪽 앞발 근육과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크게 다친 상태였어요. 당시 생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아주 어린 고양이라 약을 쓰거나 수술을 진행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드레싱 치료와 소량의 항생제 처방으로 상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상처 부위에 새살이 제대로 돋지 않았고, 결국 조직이 괴사하면서 앞발의 절반 정도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후에는 안쪽 뼈가 뾰족하게 남아 있는 상태였고요. 그대로 아물 경우 뼈가 계속 피부를 자극해 농이 차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길 거라고 동물병원에서 들었고요. 병원 원장님과 상담 끝에 뼈를 둥글게 다듬는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적부터 스크래처를 좋아했답니다. 보호자 제공

글로 적으면 짧게 느껴지지만, 완치까지는 거의 반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기적으로 병원에 데려가야 했고, 이틀에 한 번씩은 꼭 드레싱 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그런데 한 번은 제가 너무 바빠 하루 늦게 병원에 간 적이 있었어요. 상처에서 나온 진물이 굳어 붕대와 엉겨 붙어 있었죠, 평소 치료를 잘 견디던 베리가 그날은 너무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미안했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 일을 계기로 제 생활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 이후로는 베리의 치료와 회복을 가장 먼저 생각하며 모든 일정을 맞췄고, 다행히 긴 치료 끝에 지금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보면 더 귀여움 보호자 제공

Q. 베리는 한쪽 앞다리가 없어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죠, 베리의 일상이 궁금해요!

앞발이 하나 없다 보니 점프를 하거나 높은 곳에 오르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지금은 캣폴 타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무서워해서 망설이기도 했고, 몇 번 떨어진 적도 있었어요. 다행히 침대 근처에 설치해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캣폴을 너무 좋아하는 베리! 보호자 제공

그 후로는 스스로 균형 잡는 방법을 익혔는지 점점 능숙해졌어요. 지금은 캣폴 위 투명볼에 들어가 자는 걸 가장 좋아해요. 높은 곳에서 저를 내려다보며 관찰하는 모습도 정말 귀엽답니다. 특히 투명볼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저를 보면서 한 번 "야옹" 하고 울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꼭 "집사야, 나 올라가는 거 잘 봐!"라고 자랑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납니다.

함께 지내면서 느끼는 건, 베리는 앞발이 하나 없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스크래처도 잘 사용하고, 높은 곳도 좋아하고, 뛰어놀기도 정말 잘합니다.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을 많이 했지, 베리에게는 그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한 부분이에요. 지금은 다른 고양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part3
여행 갈 돈 모아서
베리에게 쓰는 행복

Q. 베리와 살면서 가장 잊지 못하는 인상적인 순간이 있다면 어떤 추억일까요?

제가 처음 독립한 후 크게 몸살을 앓았을 때였어요. 새벽에 혼자 끙끙 앓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니 아픈 것보다도 혼자라는 사실이 더 서럽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평소에는 장난도 많고 저를 자주 깨물던 베리가 그날만큼은 유난히 얌전했어요. 제 곁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얼굴과 손을 핥아주고, 한참 동안 곁을 지켜주더라고요. 아마 베리도 제가 평소와 다른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베리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아,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반려동물을 넘어 정말 가족이 되었다고 느낀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그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완벽한 눈코입을 가진 고양이. 보호자 제공

이밖에도 베리와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아요. 베리가 무서울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밖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병원에 가면 제 품으로 쏙 들어와 숨곤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를 든든하게 의지하고, 자신을 지켜줄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뭉클해집니다. 또 제가 집 안에서 보이지 않거나, 방묘문 너머에 있으면 계속 야옹거리면서 저를 찾아요. 문 앞에서 우는소리를 듣고 있으면 꼭 엄마를 찾는 아기 같아서 너무 귀엽습니다. 저흰 정말 가족이 됐어요!

내 고양이가 나를 이렇게 바라봐주면 너무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보호자 제공

Q. 베리를 만나 독립을 하게 되셨죠, 냥집사로 살면서 인생에서 변한 점이 있다면 궁금해요.

저는 원래 무기력한 편이고, 무엇이든 크게 욕심을 내거나 의욕적으로 살아가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베리를 만나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제 인생뿐만 아니라 베리의 인생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 건강하게,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예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농담처럼 "적당히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제는 베리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고, 서로 건강하게 장수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마법! 보호자 제공

또 원래는 혼자 여행 가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베리가 온 이후로는 외박을 한 적이 없어요. 신기하게도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도 예전만큼 크지 않더라고요. 어디를 가더라도 베리가 먼저 생각나고, 혼자 집에 있는 베리가 걱정돼요.

요즘 제 목표는 여행에 쓰던 돈을 차곡차곡 모아 베리가 더 넓고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거예요. 베리를 만나고 나서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졌고, 미래를 계획하는 이유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 혼자가 아니라 베리와 함께할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따끈따끈 고양이 햇빛 충전 중입니다. 보호자 제공

Q. 고양이 집사로 살면서 삶이 더 행복해졌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이 궁금해요!

퇴근하거나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베리가 꼭 현관까지 마중을 나와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함께 낮잠을 잘 때도 큰 행복을 느껴요. 옆에 따끈따끈한 털뭉치가 붙어 있으면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별일 아닌 순간인데도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일상의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자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part4
사랑해
베리야

Q.먼 훗날, 베리가 "우리 가족은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냥냥 친구들에게 자랑한다면, 어떤 집사로 설명되고 싶으신가요?

"우리 집사는 좀 유난스럽고 걱정도 많지만, 밥이랑 병원은 제일 잘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가끔은 잔소리도 많고 과하게 걱정도 하지만,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든든한 가족이라고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Q. 베리와 반려생활을 사진첩 혹은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을 어떻게 작성하고 싶으신가요?

조용한 하루에 파고든 작은 울음소리가 시작이었다.

오래오래 건강하자~ 보호자 제공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리 소중한 털뭉치 가족, 베리에게 편지를 써주세요!

베리야, 안녕. 엄마랑 같이 사는 건 행복해? 어디 아픈 곳은 없지?

그리고 엄마 팔다리 좀 그만 물어. 사람들이 자꾸 오해한단 말이야.

지금까지 살아온 절반의 시간 동안 아팠던 만큼, 앞으로는 아픈 날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어. 엄마랑 오래오래 함께 살아야 해. 매일매일 행복하게 해줄게. 사랑해, 베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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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인 동그람이 에디터 hi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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