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男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여자” 英 브랜드 데톨 광고, 중국서 또 여성비하 논란

영국 생활용품 기업 레킷이 소유한 위생용품 브랜드 데톨이 중국에서 공개한 광고가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삭제됐다.
24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데톨은 다목적 소독제를 홍보하기 위해 5분 분량의 단편 드라마 형식 광고를 중국에 공개했다. 광고에는 “나는 첫 번째가 아닐 수 있지만 미래의 아내는 그래야 한다”, “다른 남자에게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여자” 등의 대사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광고 후반부에서 여자친구가 남성의 여성혐오적 태도를 지적하며 이별을 통보하고, “유해한 남성은 세균과 같다”며 데톨 제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반전이 나온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여성의 연애 경험을 ‘오염’이나 ‘더러움’에 비유해 성차별적 인식을 조장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말 형편없는 광고네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경영진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죠”, “다시는 데톨을 쓰지 않을 거예요. 시장에는 좋은 브랜드가 많잖아요”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관련 키워드는 중국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빠르게 확산됐고, “광고를 보고 주문을 취소했다”는 불매 선언도 이어졌다. “소독제 광고라면 제품 자체를 이야기하면 되는데 왜 이런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광고 기획부터 심사까지 수많은 사람이 관여했을 텐데 아무도 문제를 못 느꼈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데톨 측은 처음에는 “크리에이터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로, 온라인에서 일부 장면만 짜깁기되면서 원래 의도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확산되자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로 돌아섰다. 데톨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광고가 많은 분들, 특히 여성분들께 불쾌감을 드린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콘텐츠 제작 및 검토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과실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보호는 모든 개인의 존엄성과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를 지키는 데에도 있다”며 향후 콘텐츠 검수 절차를 재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차이나 뉴스레터 ‘아이 온 디지털 차이나’를 운영하는 마냐 코에체는 이번 캠페인을 “청결을 핵심 가치로 삼는 브랜드에게는 상당히 엉망진창인 캠페인”이라고 평했다. 그는 “남성 캐릭터를 잘못된 인물로 묘사하려는 의도였다 하더라도 메시지 전달 방식이 너무 서툴러서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현행 중국 광고법상 성차별적 표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광고에는 20만~100만 위안(약 3700만~1억8500만 원)의 벌금과 함께 광고 중단 명령이 내려질 수 있다. 사안이 중대할 경우 영업허가 취소도 가능해 당국의 추가 조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데톨은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가 반품됐다. 깨끗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유사 논란인 셈이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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