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코엑스서 서울국제도서전 개최 사전예약 15만장 매진 역대급 인원 한정판 책부터 굿즈까지 다양한 부스
“다들 회사 안 가세요?”
서울국제도서전 전시장에 붙은 이 재치 있는 질문은 도서전 첫날의 풍경을 그대로 대변한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평일임에도 서울 강남구 코엑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연차를 내고 온 직장인,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해 온 독자,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러 온 이들까지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국제도서전 글월 부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국내 최대의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28일까지 5일간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는 총 18개 나라 538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이번 도서전을 향한 관심은 개막 전부터 뜨거웠다. 사전 예약 티켓 15만 장이 매진된 가운데 첫날부터 관람객이 몰렸다. 입장 팔찌를 받는 데만 약 1시간이 걸렸고 인기 부스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일부 책과 굿즈는 오전 중 품절되기도 했다.
과몰입 재밌네 … 책이 놀잇감이 되는 곳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연차를 내면서까지 많은 이들이 도서전을 찾은 이유는 가지각색이었다. 정지은(27) 씨는 “도서전에서만 파는 한정판 책을 사고 싶어서 찾았다”고 했고, 김선혜(27) 씨는 “귀여운 굿즈를 사기 위해서”, 송정인(24) 씨는 “도서전 분위기를 느끼려 방문했다”고 말했다.
도서전을 찾는 이유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책을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은 읽는 대상을 넘어 변화무쌍한 놀잇감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다양한 콘셉트의 부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콘셉트의 부스다. 도서전은 평소 서점 매대나 텍스트로만 접하던 출판사 브랜드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출판사들은 저마다의 주제와 세계관을 녹여낸 부스를 선보였다. 콘셉트에 맞는 체험과 이벤트도 마련해 독자들을 맞이했다.
김영사 부스 ‘GYM영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눈길을 사로잡은 부스는 김영사의 ‘GYM영사’였다. 체육관 콘셉트를 차용해 책 큐레이션을 강도에 따라 ‘스트레칭존’과 ‘유산소존’ 등으로 나눴고, 티셔츠 굿즈에는 ‘글손실’ 같은 재치 있는 표현을 담았다. 체험 프로그램도 독서가 아닌 순발력 캐치스틱이었다.
밀리의 서재 부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일룸에서 운영한 책 라운지/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자사 브랜드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노란색 집 모양 부스를 운영했다. 이곳에서 선보인 굿즈 역시 ‘집들이 선물’이라는 테마로 재미를 더했다.
가구 브랜드 일룸은 자사 침대에 편안히 누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처럼 출판사가 아닌 브랜드들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독서 경험을 확장했다. 분야는 달라도 결국 모든 콘텐츠는 책으로 연결됐다.
서울국제도서전 각종 굿즈/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굿즈는 책만큼이나 인기였다. 굿즈 열풍이었던 지난 도서전에 이어 올해는 개막 전부터 SNS에 도서전 굿즈를 정리한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올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티셔츠와 수건, 키캡, 가방 등 다양한 상품이 관람객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귀여운 굿즈가 많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책과 관련한 굿즈가 정말 많아졌다”며 “이제는 굿즈를 사러 도서전에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느슨한 유대감’ 느끼려 도서전 찾는다
도서전(展)이라는 이름과 달리 행사의 성격은 축제에 가깝다. 작가의 강연과 사인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행사가 없더라도 작가를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주인공이 눈앞으로 튀어나오는 경험도 가능하다. 길벗어린이 부스에서는 그림책 속 주인공이 책에 나온 모습 그대로 나타나 기타 공연을 했다.
길벗어린이 부스 공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책 속에 머물던 이야기와 인물들이 독자의 세계로 걸어 나오는 셈이다. “책이 좋으면 서점 가면 되지 않냐”는 질문이 무색해지는 이유다.
바캉스 프로젝트/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 같은 경험은 창작자에게도 특별하다. 그림책 작가들이 도서전 때마다 모여 자유롭게 창작물을 선보이는 ‘바캉스 프로젝트’ 부스가 그 예다. 부스에서 만난 한성민 작가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대상 독자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도서전에 오면 훨씬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다”며 “직접 피드백을 듣고 책을 소개할 수 있어 즐겁다. 작가들에게도 일종의 놀이 문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체 견학온 청주의 한 어린이집/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직접 책을 살 거라며 체크카드를 보여주는 어린이/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청주오창 과학미래 어린이집은 2019년부터 매년 아이들과 함께 도서전을 찾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들에게 체크카드를 지급해 직접 책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 교사는 “작년보다 올해는 아이들이 볼 만한 책과 프로그램이 더 많아진 것 같다”며 “도서전에 와서 책을 직접 고르고 사는 경험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집에서도 책과 더 친해진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도서전/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김선혜(27) 씨는 “평소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도서전에 오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며 “이곳에서는 느슨한 유대감이 생기는 것 같아 매년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방문하는 이유는 달라도 책을 매개로 작가와 공간, 그리고 다른 독자들과 느슨하게 연결되는 경험이 독자들을 도서전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