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32강만 간다면…골 낚는 '미끼'로 충분 손흥민, 옌스 공격 가담도 기대 충만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월드컵이 주는 중압감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무색하게 한다. 상위 팀이 하위 팀에 덜미를 잡히는 일은 이제 당연한 현상이 됐다.
48개국 체제의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위치도, 국명도 생소한 카보베르데, 퀴라소 등은 놀라운 경기력과 선전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이영표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이제는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 같다. 약팀들은 강팀의 이름값에 굴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경기한다"라고 진단했다.
1승 1패, 승점 3점으로 A조 2위에 올라와 있는 한국은 2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의 FIFA 랭킹은 25위, 남아공은 60위다. 숫자로는 차이가 커보이지만, 3차전이 주는 무게감은 다르다. 멕시코(6점)가 1위를 확정하며 32강에 오른 것을 빼면 남아공에도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체코에 패하고 남아공이 한국을 이긴다면 3위로도 32강행을 노릴 수 있어 그렇다.
32강 진출이라는 결과 얻으려면 '미끼' 손흥민으로도 충분
'비겨도 32강 진출 확정'이라는 조건은 한국을 절묘하게 유혹한다. 물론 비긴다는 생각은 1%도 하지 않는 한국이다. 오직 승리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2승 1무로 16강에 간 이후 두 번째 '2승' 조별리그 통과에 도전한다.
대표팀을 감싸는 가장 큰 고민은 남아공을 어떻게 잡느냐, 특히 주장 손흥민(LAFC)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느냐다.
남아공은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하기에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은 "전반 10분 이내에 한국이 주도권을 잡는다면 승산이 있다"라며 초반 강력한 압박으로 일찌감치 골을 넣고 걸어 잠글지 모르는 남아공의 심리를 파고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리백 수비에 기반한 안정 지향의 전략을 남아공이 짠다면 좌우 측면 윙백 뒷공간 공략은 필수다. 높이가 있었던 체코의 수비를 중앙선 앞으로 끌고 나오기 위함과 후방으로 물러서서 한국의 빌드업을 막고 한 방만 노렸던 멕시코의 수비로 인해 스트라이커로 나서고도 180도 다른 경기력을 보였던 손흥민의 측면 이동 지적이 쏟아진 이유다.
결과를 중시한다면 손흥민에게 꼭 골을 바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익명의 K리그 A팀 B감독은 "한국 월드컵 역사에서 3차전은 늘 피를 튀기는 경기였다. 뭐라도 보여주며 '유종의 미'를 거두던가 16강을 위해 쉼 없이 공수를 오가던 극단적인 경기 운영이 있었다. 즉, 결과가 필요한 경기라면 손흥민의 측면 이동 내지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리롤은 필수다. 스트라이커는 오현규(베식타스), 조규성(미트윌란) 등이 맡아 남아공 수비에 부담을 주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C팀의 D감독도 "남아공은 후방 빌드업을 하면서 전방으로 속도감 있게 볼을 전달해 골을 노릴 것 같다. 이럴 때 정교한 공격 연계 한 번이면 쉽게 무너트릴 수 있다. '손흥민 시프트'는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머리로 종종 골을 넣는 이재성(마인츠)에게도 기회가 더 생길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골에 굶주려 있는 손흥민이지만, 32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삼았다면 반드시 골을 넣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32강부터는 더 체력을 요구하는 경기가 된다. 1, 2차전에서 풀타임이 아닌 조기 교체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비축한 체력을 쏟아붓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옌스 카스트로프는 협력 수비하면서 폭발적 공격 가담 능력 보여줄까
공격적인 경기를 지향한다면 독일 태생의 이중국적자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의 출전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중앙 미드필더로 소화 가능하지만, 대표팀에는 비슷한 위치에 황인범(페네르바체), 백승호(버밍엄시티)가 잘 호흡 중이고 이재성(마인츠)도 내려서서 수비에 가담할 능력이 있다.
옌스는 페널티지역 안 진입, 즉 파이널서드로 들어와 슈팅해 골을 능력이 있는 윙백이 유력하다. 터프하지만, 적극성이 있고 체력도 준비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남아공에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옌스의 오버래핑으로 공격 숫자를 늘린다면 황인범-이재성의 중원도 가능하다. 이미 엘살바도르전에 두 조합을 구성, 실험한 기억도 있다.
향후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도 유력한 옌스가 남아공전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인다면 오른쪽 윙백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도 부담을 덜 수 있다. 동시에 백스리와 백포를 혼용하며 전술적 유연성까지도 선물할 수 있다. 최종 훈련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B감독은 "옌스가 수비 가담만 부지런하게 해준다면 공격 전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남아공은 속도에서 한국에 열세라 본다. 그간 몇 차례 평가전을 소화한 경험을 토대로 월드컵이라는 부담감만 줄인다면 충분히 괜찮은 카드다. 경고를 부르는 위험한 경합만 줄인다면 될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상대가 가진 조건에 승리 외에는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는 경기 주도권을 틀어쥐는 것과 후반 막판까지의 집중력이 정말 중요하다. 3차전의 특성상 체력을 완전히 소진하며 한 골이라도 더 넣으려는, 멕시코-체코전 상황까지 전달된다면 상황에 따라 남아공은 더 한국 수비를 롱패스, 빌드업, 크로스 구분 없이 공략할 수 있다.
물론 경기 경험은 한국이 우위다. 2018 러시아에서는 독일을 2-0으로 이기며 기적의 16강을 꿈꿨던 바 있다. 멕시코가 스웨덴에 0-3 대패하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역동적인 경기였다. 2022 카타르에서도 가나-우루과이전에 상관없이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기적을 맛본 기억이 생생하다.
녹아웃 스테이지로 향하는 길목의 최종전에서는 특정 선수가 꼭 골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 앞선 두 경기에서 손흥민이 침묵해 터져주기를 바라는 팬심을 모르지 않지만, 오히려 아낀 힘이 32강을 통과하는 힘과 그 이후 16강 등에서 나온다면 더없이 좋을 수 있다.
D감독은 "손흥민의 골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을 모르지 않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라도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손흥민이 터져주면 더 고마울 것이다. 마수걸이포가 팀에 주는 효과는 상상이상일 것이라 그렇다"라며 지혜롭게 아껴쓰는 손흥민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홍 감독도 "두세 자리 정도의 포지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라며 승리 외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최종전에서 공격 중심의 경기 운영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손흥민 측면 이동, 옌스 선발 출전에 무게감은 더 실린다.
무엇보다 결정력이 출중한 손흥민을 미끼처럼 활용해 오현규, 조규성, 이재성, 엄지성(스완지시티),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 등 공격진과 2선 가담자들이 골맛을 보여준다면 멀리 보는 그림으로는 더 좋을 수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와의 1차전에서 침묵해 비판받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가 우즈베키스탄과 2차전에서 프리킥을 누노 멘데스(파리 생제르맹)에게 양보하는 대신 멀티골을 얻으며 5-0 승리라는 명분과 결과를 다 가져간 사례처럼 능력 있는 손흥민의 골 폭풍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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