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무더위에 프랑스, '노 에어컨' 정책 재검토

윤재준 2026. 6. 2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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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상청이 국토의 절반가량인 54개 주에 적색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23일(현지시간) 파리의 생마르탱 운하에서 시민들이 센강으로 뛰어들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이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면서 에어컨 도입에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가 오랜 금기를 깨고 냉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24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는 프랑스 전역이 40도에 육박하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에어컨 도입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기상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온이 194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해 낮과 밤 평균 기온이 30도로 하루전의 29.8도 보다 소폭 높아졌다.

그동안 프랑스는 환경 오염과 에너지 소비를 이유로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왔으나, 기후변화 앞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25%에 불과하다. 이웃 나라 크기인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50%, 미국과 일본이 90%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공공시설도 낮아 일선 학교와 병원에는 에어컨이 설치된 곳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주 기온이 치솟자 수천개의 학교가 일제히 휴교령을 내렸으며, 의료진과 요양원 직원들은 견디기 힘든 작업 환경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브레타뉴주 낭트시에 신축 중인 대형 종합병원조차 전체 병실의 절반에만 에어컨이 설치될 예정이어서 의료노조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에어컨 보급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포퓰리스트 우파 성향인 마린 르펜 의원의 국민연합(RN)은 전국의 모든 학교와 병원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국가 냉방 계획'을 촉구하고 나섰다.

RN 대변인 장필립 탕기는 "정부가 200억유로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 3000만~4000만 가구가 냉방 장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이를 두고 "비용 계산도 안 된 기회주의적 공약"이라며, "기후변화의 현실을 가장 늦게 인정한 극우 세력이 이제 와서 기후변화 대책을 논하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해묵은 '에어컨 혐오' 정책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정부가 '반(反)에어컨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하며, 2032년까지 파리의 모든 버스와 열차에 에어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에어컨이라는 '임시방편'에 의존하는 것을 강력히 비판해 온 좌파 환경주의 진영에서도 현실적인 타협안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녹색당의 마리 통들리에 대표는 이번 주 "이제는 학교와 병원 등 에어컨 없이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장소들이 존재한다"고 발언하며, 이른바 '반(反)에어컨 도그마'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환경 수장마저 에어컨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프랑스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환경론자들이 에어컨을 반대해 온 이유는 가동에 필요한 전력 소비는 물론, 실외기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바람이 도시 온도를 2~3도가량 더 끌어올리는 '도시 열섬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컨 냉매 가스가 유출될 경우 온실효과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무더위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결국 에어컨 확대는 피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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