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순책방’의 고정순을 소개합니다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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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힌 〈가드를 올리고〉를 발견하고 알은체를 했다. 책방 주인 고정순은 〈봄꿈〉 〈옥춘당〉 〈시소〉 〈무무 씨의 달그네〉 등 30권 넘는 책을 펴낸 그림책 작가다.
그는 예비 작가 시절, 그림책 전문 책방에서 8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책방 운영하는 일을 마지막 직업으로 삼고 싶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파주에 오면서 그림책 워크숍에 참석해 예비 작가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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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힌 〈가드를 올리고〉를 발견하고 알은체를 했다. 아이들과 읽었다는 말에 책의 저자인 고정순 작가(51)가 말했다. “아이들한테 읽어주기에 적합하지 않았을 텐데.” 두 사람의 권투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림책이다. 덩달아 절박해지다가 곧 슬퍼진다. 약 1년 전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마을에 고정순책방이 문을 열었다. 책방 주인 고정순은 〈봄꿈〉 〈옥춘당〉 〈시소〉 〈무무 씨의 달그네〉 등 30권 넘는 책을 펴낸 그림책 작가다.
작가를 준비하는 데 12년, 작가가 된 지는 10년이다. 친구들이 ‘한 맺혔냐’고 말할 정도로 책을 많이 냈다. 그는 예비 작가 시절, 그림책 전문 책방에서 8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을 할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방 운영하는 일을 마지막 직업으로 삼고 싶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파주에 오면서 그림책 워크숍에 참석해 예비 작가들을 만났다. 이들이 데뷔하기까지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거기서 인연이 닿아 작가가 된 지인에게 책방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준비 기간 한 달을 거쳐 지난해 7월20일 문을 열었다.
고정순책방에는 그림책과 그림책 아닌 책이 섞여 있다. 작가는 어릴 때 난독증이 있어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집안도 아니었다. 독학으로 그림책 작가를 준비하다 보니 의지할 데가 책밖에 없었다. 그때 도움을 받은 책 위주로 서가를 채우고 있다. 돌봄 노동이나 질병을 다룬 책과 시집이 많고 한쪽에는 그림책도 있다. 그가 직접 쓴 추천 문구도 인상적이다. ‘(크기가 커서) 책장에 넣기 힘든 책이지만 괜찮아요. 내 마음에 담았거든요.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책입니다.’

개업 초기에는 고정순 작가를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주로 왔다. 독서 모임이나 그림책 워크숍 등 책방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단골이 되었다. “책을 사거나 읽고 가는 분들도 고맙지만 ‘거기 되게 좋아, 가봐’ 이렇게 이야기해주는 분들이 참 고맙더라.” 주변 동네책방에서 고정순책방 방문을 권한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책이 중심이 아닌 행사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오로지 책을 위한 공간이길 바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왜 사람들이 책방에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지도 알 것 같다.
고정순 작가는 요즘 노동하는 예술가에 대한 산문집을 준비하고 있다. 긴 시간 다른 일을 하며 작업해오던 습관 덕분에 물리적인 어려움은 없지만 고민의 각도가 좀 달라졌다. “책방을 통해 내 책의 직접적인 독자를 만나다 보니 아무래도 영향을 받는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추리닝 입고 슬리퍼 신은 채 책방에 들르길 바랐다. 현실은 승용차가 없으면 방문하기 힘들다. 생각했던 것처럼 문화 소외계층에 다가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체감하며, 책방의 문턱을 더 낮추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책방지기’라는 마지막 직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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