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해충은 아니지만”…러브버그 방역하는 백련산 가보니
러브버그가 좋아하는 고온다습 날씨는 여전히 변수

24일 오전 찾아간 서울 은평구 백련산 초입. 은평구보건소 방역반 직원 두 명이 분무기가 달린 긴 호스를 살수차에 연결했다. 살수차가 시동을 걸자 챙모자에 고글을 눌러쓴 김양수 은평구보건소 방역반 주무관이 분무기를 들고 풀숲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이내 분무기를 틀어 나무와 풀숲 사이 사이에 강한 물줄기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풀숲이 요란하게 흔들리자 ‘러브버그(붉은 등우단털파리)’ 여러 마리가 후드득 땅으로 떨어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러브버그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어 해충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다만 해외유입생물로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있고, 대규모 발생 시 주민과 등산객 등에게 불편을 끼쳐 개체수 관리가 필요하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고압 살수를 통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러브버그 성충은 물에 약해 화학 약품을 섞지 않은 ‘맹물’로도 충분히 방제할 수 있다. 은평구는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를 비상방역 기간으로 정하고 매일 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 연구진 등과 함께 백련산과 봉산 일대에 생물학적방제제(BTI)를 살포해 유충을 박멸하는 작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올해는 작년보단 나은 편”이라면서도 여전히 창궐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백련산 인근에 거주하는 김경옥씨(71)는 “러브버그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려서 집에 들어갈 때는 머리랑 목을 다 탈탈 털고 들어간다”며 “지난해보단 줄긴 했지만 3일부터 집에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백련산 인근 주민 차모씨(81)도 “산 밑에는 약을 치니 적어보이지만 꼭대기 정상엔 러브버그가 꽤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백련산은 예년보다 러브버그가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러브버그 사체가 계단로를 메워 민원이 발생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등산로와 놀이터 등에 듬성듬성 붙어있거나 두 세쌍이 날아다니는 정도에 그쳤다. 이날은 국립산림과학원이 러브버그 성충 활동의 최전성기로 예측한 날이었다.
민원 접수 첫 8일간 은평구의 러브버그 민원 건수는 지난해 284건에서 올해 26건으로 줄었다. 일찌감치 BTI를 살포한 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4월 BTI를 살포한 인천 계양산 역시 민원 수가 줄었다. 인천 계양구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작년(6월23일~7월8일) 504건에서 올해(5월29일~6월22일) 36건으로 줄었다. 최영순 은평구 보건소 감염병위기대응팀장은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10분의 1 수준으로 발생했다”며 “판단하기 이르지만 지난달 진행한 BTI 살포 등 유충 살충 작업이 효과가 있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러브버그 특성상 대량 출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도심 지역은 개체수가 줄어들겠지만, 산림 지역은 이번 주부터 늘어나 다음 주까지 증가한 뒤 자연스레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련산은 도심과 가깝고 유충 단계에서 BTI를 살포했기 때문에 괜찮지만 고도가 더 높은 산들은 시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러브버그 성충 발생 기간을 이달 15~29일로 보고 있다.
하주언 기자 e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판사님, 이게 최선입니까?” 엄마의 눈물…끝내 유족 패소로 종결된 ‘변호사 노쇼’ 학폭 재
- 이 대통령, 박찬대 당선인에 “연평부대 장병 뱃삯 무려 11만원, 해결해달라”
- 마이크론, 사상 최고 실적으로 ‘어닝서프라이즈’···시간 외 14% 급등
- [여기는 몬테레이] 한국, A조 2위로 32강 오르면 또 ‘개최국’ 캐나다 만난다
- ‘투 샷’ 안 잡히는 오세훈·한동훈…벌써 시작된 보수 ‘센터’ 경쟁?
- [속보]‘교인 국힘 집단 가입’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구속···“증거인멸 염려”
- ‘종로 금은방 사기’ 피해액 100억원 이상 추정…서울청 수사
- [2030 청년, 벌어지는 출발선] ‘자산 증식행 엘리베이터’ 올라탄 청년들, 그리고 남겨진 청년들
- 잠실 아파트 30억 차익·가족간 헐값 임대···‘4주택자 이력’ 한성숙, 부동산 의혹 넘을까
- [르포]“해충은 아니지만”…러브버그 방역하는 백련산 가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