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망가진 보급로를 끊고, 대사의 토양을 복원하라

한겨레 2026. 6. 2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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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호 원장의 공생의학’을 읽고
페니트리움의 약물전달체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컨셉이미지. 여러 개의 구형 입자가 형태는 페니트리움 플랫폼을 통해 약물이 안정적인 전달 구조를 갖추어 이동한다는 점을 시각화했다. 페니트리움바이오 제공

최근 건강한겨레에 연재 중인 ‘김지호 원장의 공생의학’ 칼럼을 흥미롭게 읽었다. “암세포도 몸의 대사·면역 토양이 무너질 때 자란다””(건강한겨레 6월11일치 5면)라는 그의 일침은, 평생 경제 관료로 살다 뒤늦게 바이오 기술에 뛰어들어 인공지능(AI) 데이터와 호기심으로 난치병의 실마리를 추적해온 필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암’은 세포 유전자의 단순한 돌연변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몸이라는 거대한 경제 시스템 속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시장 실패’이자, 생태계를 파괴하는 ‘독점적 약탈자’의 출현이다.

김지호 원장의 지적대로 당뇨, 치매, 심장병, 그리고 암은 별개의 질병이 아니다. 우리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와 장내 유익균이 맺어온 수억 년의 ‘호혜적 동업 관계’가 깨지면서 드러난 그림자들이다.

특히 암세포는 이 무너진 대사 토양을 틈타 기가 막힌 ‘기생적 공생 체계’를 구축한다. 암세포는 결코 홀로 자라지 않는다. 주변의 정상 섬유아세포(CAF)를 가스라이팅하여 자신을 보호할 단단한 성벽(종양 미세환경)을 쌓게 하고, 그 성벽 뒤에 숨어 정상 세포의 에너지를 통째로 훔쳐 쓰는 교묘한 보급망을 만든다. 이 보급망이 워낙 견고하다보니 아무리 강력한 현대 의학의 표적항암제를 투여해도 성벽에 튕겨 나가거나 내성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히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상에서 하체 근육을 키워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하고, 장내 생태계를 가꾸어 ‘몸의 바탕’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백번 옳고 거시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이미 암이 만성화되어 일분일초가 급한 난치성 환자들에게, 스스로 토양을 개간할 시간적 여유는 그리 넉넉지 않다.

필자가 이끄는 연구진이 물질 ‘페니트리움’(Penitrium)을 개발하며 매달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페니트리움의 핵심 기전은 암세포가 주변 세포와 맺은 야합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대사적 디커플링’(Metabolic Uncoupling)이다. 암세포가 구축한 병리적인 방어벽을 선택적으로 허물고 에너지 보급로를 차단해 암세포가 더는 버틸 수 없도록 ‘미세 토양’을 강제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즉, 김 원장의 공생의학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거시적인 ‘헌법적 가치’(생활 습관)를 제시한다면, 페니트리움은 이미 헌정 질서가 무너진 난치암 환자의 몸을 즉각적으로 바로잡는 미시적인 ‘특수 진압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나쁜 공생(기생)을 힘으로 끊어내야만 비로소 몸 본연의 착한 공생(대사 정상화)이 숨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의학은 암세포라는 ‘적군 자체’를 사살하는 데 집착했다. 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적군이 숨어 있는 ‘진지’를 무너뜨리고 ‘대사 토양’을 바꾸어야 승리할 수 있다.

일상에서는 공생의학의 원칙에 따라 근육을 움직이고 장을 돌보며 거시적 대사 기반을 다지고, 위기 상황에서는 대사 미세환경 조절 기술을 통해 암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융합형 치료’가 필요하다. 김지호 원장이 던진 공생의학의 화두 위에 바이오테크의 정밀한 통제 기술이 더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난치성 질환이라는 오랜 미궁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AI 시대에 호기심을 잃지 않는 의학과 과학이 인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대답이 아닐까.

조원동 페니트리움바이오 회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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