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10년…현재 진행형인 이유 [세상읽기]


장영욱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가 열렸다. 나는 당시 유학생 신분으로 런던에 머물고 있었다. 나와 대부분의 지인들은 ‘설마 진짜 탈퇴하겠어’라고 생각했었다. 탈퇴 지지 진영이 몇달간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며 세를 불리고 있었지만, 예년처럼 ‘저러다 말겠지’ 싶었다. 선거 당일 여론조사에서까지도 유럽연합 잔류가 우세하게 나왔었다.
그런데 투표함을 열어보니 52 대 48로 탈퇴 진영의 승리였다. 잔류에 투표했던 지인들은 물론 탈퇴에 투표한 지인들까지도 진짜 나가는 거 맞냐며 놀라워했다. 시장도 예상 못 한 결과였는지, 투표 다음날 파운드 가치가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떨어졌다. 당시 내 박사 동기들은 스페인과 독일 출신이었는데 자기들은 여기 더 못 있는 거냐며 불안해했다. 눈치 없는 한국 유학생이 환율 떨어져서 자기 등록금 부담 덜었다고 말했다가 눈총을 받았다. 한국에서 보낼 돈이 없던 나는 별로 득 볼 게 없었다.
국민투표 이후 실제 영국이 회원국 지위를 잃기까지 3년7개월이 걸렸다. 브렉시트 후폭풍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며 잔류 여론이 우세해졌다. 나가냐 마냐를 놓고 여론이 분열되는 동안 총리가 두번이나 바뀌었다. 국민투표 직후 총리로 취임한 테리사 메이는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의미합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잔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협상은 오래도록 부진했고 그 여파로 메이는 3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국민투표 당시 평의원으로서 탈퇴 지지 운동을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이 총리가 되어 자기 손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국민투표 이후 10년, 유럽연합 탈퇴 이후 6년 반이 지난 지금 영국의 성적표는 좋지 않다. 유럽 다른 나라들도 요새 지지부진하지만 영국은 그중에서도 제일 심한 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남으로써 국내총생산(GDP)은 6~8%, 투자는 12~18%, 고용은 3~4% 떨어졌다. 기업들은 기존에 없던 수출입 통관 비용을 치러야 했고 특히 중소기업 위주로 타격이 컸다. 브렉시트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이민 문제에서도 영국은 별로 성과를 못 거뒀다. 유럽연합 출신 이민자 유입이 막히면서 필수업종 인력난이 생기자 그 자리를 비유럽 출신 외국인이 채웠다. 탈퇴 지지 진영이 주장했던 제조업 부활이나 영국인 일자리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10년 전 영국인들은 이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당시 내 지도교수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면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은 이메일을 돌렸었다. 국민투표 전후 나온 연구 결과를 보면 지금 성적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선택한 사람들도 이유가 있다. 지역별 투표율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제조업 고용 감소 지역, 경제성장률이 낮은 지역, 무역 의존도가 큰 지역, 소득 불균형이 커진 지역에서 탈퇴 찬성 비율이 높게 나왔다. 설문조사를 분석한 연구는 스스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질 확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고립으로의 회귀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지만, 고난이 찾아올 때 남 탓을 하는 건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브렉시트의 성적표는 누가 봐도 분명한데 경제통합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목표로 만들어진 영국독립당은 지금 영국개혁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반자유무역과 반이민을 내세운 강경보수 정당들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급격히 영향력을 키우거나 심지어 집권에까지 성공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 역시 결이 같다. 자유무역 확대와 노동이동 증가로 대표되는 세계화는 더 이상 지고지순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결국 경제통합이 깊어질 때의 손해와 경제통합에서 이탈할 때의 손해 사이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은 누군가를 패자로 만들지만, 브렉시트 예에서 보듯 고립주의로의 회귀는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상품과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교환은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 이익을 경쟁에서 뒤처진 기업, 노동자, 지역에 재분배하는 포용적 자유무역 질서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재 진행형인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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