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결국 李와 각 세우나… 전당대회 '노선 전쟁' 시작됐다
檢 개혁 앞세워 연임 도전 공식화
대통령 '그릇론' 요구에 마이웨이
중도·실용 앞세운 김민석·송영길
보완수사권 폐지 등 노선 투쟁 시작

"이재명 정부는 중도 실용을 주창하지만 한시도 개혁의 과제를 멈출 수 없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연임 도전을 위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8·17 전당대회는 사실상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정청래 지도부의 강경 노선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지만, 정 대표가 '개혁 마이웨이'를 선언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하면서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 노선을 대변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 등 친이재명계 후보들이 잇따라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기 전대는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당내에선 이번 전대가 향후 집권 여당의 진로를 두고 '선명한 개혁' 대 '실용주의'를 앞세우는 당내 세력이 정면충돌하는 노선 투쟁의 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혁' 17번 외친 정청래

이날 정 대표가 7분간 낭독한 사퇴문에서 '이재명(18번)'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 단어가 개혁(17번)이다. 그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역대 민주 진영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자신이 민주당 적통임을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당대표 취임 이후 추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및 검찰·사법·언론 등 3대 개혁을 거론하며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아서 하루라도 멈추면 쓰러진다"고도 했다.
친노(노무현)·친문(문재인) 등 전통적 지지층이 당의 정체성이라 여기는 개혁 의제를 앞세워 연임 도전의 정당성을 설파한 셈이다. 사퇴 직후 친노·친문 지지자들이 모이는 딴지일보 게시판에 '오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사퇴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서울에 올라온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명계 초선 의원은 "대통령이 여당 역할에 대해 '큰 그릇론'을 강조했음에도 당의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선포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 대표는 자신의 행보가 이 대통령과의 정면대결 구도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며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정청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친명계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 총리와 송 전 대표는 중도 통합과 실용 노선으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김 총리는 21일 6·3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정 대표 면전에서 "민생·실용·확장의 승리 공식을 가지고 다시 이기는 민주당으로 뛰어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현 지도부의 강경 노선이 예상보다 저조한 지선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내에선 김 총리와 송 전 대표가 정 대표의 연임 저지를 위한 '반청(정청래) 연대'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대표 선거를 3파전 구도로 이끈 뒤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표심을 모아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황에 따라 송 전 대표가 김 총리 당선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당권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일 보완수사권 폐지 외치는 친청

차기 당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노선 투쟁은 이미 불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주장한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자의 글을 공유하며 "견해에 동의한다"고 했다. 친정청래계인 이성윤 최고위원도 이날 "오늘이라도 형사소송법 개정 심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친청계가 이 대통령이 숙의를 요구한 보완수사권 폐지 속도전을 내걸고 검찰개혁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정부를 총괄하기에 조금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김 총리에게 '반개혁' 딱지를 씌우려는 것 아니냐"며 "김 총리도 폐지에 동의한 터라 쟁점이 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총리와 가까운 한 의원은 "내란 청산과 개혁이 최우선 과제였던 지난해 전대와 달리 이번에는 이재명 정부를 얼마나 잘 뒷받침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김 총리도 출마 일성으로 개혁 완수보단 민생·실용 비전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양측 간 신경전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김 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 한배를 타고 있다. 배의 선장이 둘일 수 없다"며 정 대표를 직격했다. 이에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호의 선장이고, 민주당호의 선장은 정 대표"라고 맞받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본투표 이틀로 확대, 개표는 투표 다음 날"... 선관위 노조, 與에 개혁안 보고-정치ㅣ한국일보
- 중부전선서 북한군 1명 야간 남하...'경계선 작업' 중 이탈 가능성도-정치ㅣ한국일보
- "사정 있었다" 현직 의사가 본 '요양병원 다리 절단 사건'... "적어도 환자 외면 안 한 것"-지역ㅣ
- 연평부대 찾은 이 대통령, K2 소총 10발 적중 이어 K9서 '실사격 포즈'-정치ㅣ한국일보
- 손흥민도 40세까지?… 스포츠 과학·자기관리로 수명 늘린 ‘불혹’의 전성시대-스포츠ㅣ한국일
- 서울시의회, 70세 이상 버스 '무임승차' 조례안 통과… 75명 중 69명 찬성-사회ㅣ한국일보
- "하룻밤 묵으면 10만 원 준다"... 지방 관광객에 돈 돌려주는 이유는-사회ㅣ한국일보
- "폭탄주 먹이고 '오빠' 호칭 강요"… 소방관 죽음 내몬 갑질, 사실이었다-정치ㅣ한국일보
- '반도체 호남 시대' 6가지 걸림돌…성과급 주고 수백조 투자? 충남·용인은?-경제ㅣ한국일보
- "한국에서 과학자 하면 바보"… 우울한 과학고 동창회 뒤에는-사회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