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학생은 스마트안경 쓰고 커닝, 교사는 AI 돌려 시험 출제
딥페이크 활용한 학폭도 늘어나
성범죄 10대 피의자 2년새 9배로
교육부는 지난 16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중등학교 학생 평가 관리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엔 스마트 안경(AI 글라스) 관련 유의 사항이 담겼다. 스마트 안경 기능을 소개하고 시험 중 스마트 안경을 소지하면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학생·학부모에게 안내해 달라는 등 내용이었다. 최근 스마트 안경이 시험 부정 행위에 활용된 사례가 발생해 교육 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스마트 안경은 안경 형태의 웨어러블 AI 기기다. 일반 안경처럼 착용한 상태에서 사진·영상 촬영이나 정보 검색, 통화, 자동 번역 등을 할 수 있다. 안경에 부착된 카메라가 포착한 정보를 AI가 분석해 렌즈에 표시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시험을 보다가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스마트 안경에서 검색해 답을 찾을 수 있어 부정행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 스마트 안경은 외관상 일반 뿔테 안경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중학교 교사 이은미(47)씨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는 시험 전에 일괄 수거할 수 있지만, 스마트 안경은 일일이 카메라 렌즈나 전원 버튼이 있는지 검사해야 걸러낼 수 있다”며 “시험 때 부정행위에 동원될 수 있어 학교에서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실제로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 시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과 31일 치러진 토익(TOEIC) 정기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쓰고 부정행위를 한 응시자가 1명씩 적발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달 치른 전기기사 컴퓨터 기반 시험(CBT)에서도 응시자 3명이 스마트 안경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이런 가운데 교사들에게도 ‘AI 활용 자제령’이 떨어졌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8일 기말고사 출제 기간을 맞아 교사들에게 출제 유의 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내 ‘생성형 AI 결과물 직접 출제 금지’를 당부했다. 교사들이 AI에 시험 문제 제작을 의뢰하고, 그 결과물을 그대로 문제로 출제하지 말라는 뜻이다. AI가 제시한 문항에 출판사 문제집에 나온 문항이나 기출 문항이 섞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50)씨는 “교사들도 AI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아 수업에 활용할지, 학생들에게는 어느 선까지 허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AI를 이용한 학교 폭력도 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3월 1학년 학생이 다른 학생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 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일이 발생했다. 생성형 AI로 특정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합성해 가짜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것이다. 학교 측은 이를 학교 폭력으로 판단해 영상을 제작한 학생에게 전학 처분을 내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중 10대는 829명으로, 2023년 91명에서 2년 사이 9배 이상으로 늘었다. 교육부의 학교 폭력 실태 조사 통계를 보면 학교 폭력 피해 유형 중 사이버 폭력 비율은 2023년 6.9%, 2024년 7.4%, 2025년 7.8%로 3년 연속 늘었다. 학생들의 사이버 폭력 신고 건수도 2020년 2466건에서 2021년 3020건, 2022년 3574건, 2023년 3422건, 2024년 4534건으로 4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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