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꼬투리 마르자 지퍼처럼 닫히고 씨앗 튕겨냈다

최원우 기자 2026. 6. 2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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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DGIST 연구팀
제비꽃 ‘씨앗 발사’ 원리 규명
유연 로봇 개발에 활용될 듯
국내 연구진이 제비꽃 열매가 씨앗을 하나씩 차례로 튕겨내는 원리를 밝혀냈다. 사진은 제비꽃류인 호제비꽃이 핀 모습. /조선일보DB

제비꽃 열매가 씨앗을 하나씩 차례로 튕겨내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씨앗이 든 꼬투리가 마르면서 지퍼처럼 닫히고, 이때 생긴 힘이 앞쪽 씨앗부터 순서대로 밀어내는 구조였다. 모터도 배터리도 없는 작은 식물이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비결을 찾아낸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현유봉 교수와 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정소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제비꽃 열매 꼬투리의 씨앗 발사 원리를 규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대부분 식물은 열매가 터질 때 씨앗을 한꺼번에 사방으로 흩뿌리지만 제비꽃은 다르다. 길쭉한 꼬투리 안에 줄지어 있던 씨앗을 앞쪽부터 하나씩 밀어내듯 튕겨낸다. 마치 탄창 속 총알이 앞에서부터 한 발씩 밀려나가듯 씨앗이 순서대로 발사된다. 공학적으로 이런 동작을 구현하려면 모터와 센서, 정밀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비꽃은 꼬투리의 형태와 접히는 방식만으로 같은 일을 해낸다.

핵심은 꼬투리의 ‘지퍼링’ 동작이었다. 꼬투리가 마르며 안쪽으로 접히면, 접히는 지점이 지퍼가 채워지듯 앞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씨앗을 누르는 힘도 함께 이동해 앞쪽 씨앗부터 차례로 튕겨낸다. 손가락으로 씨앗을 하나씩 꼬집어 튕겨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연구진은 실제 제비꽃 시료와 이를 본뜬 인공 장치를 비교해 이런 원리를 확인했다.

꼬투리 단면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제비꽃 꼬투리가 힘을 효율적으로 내기 좋은 반원형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단순히 오므라드는 것이 아니라, 꼬투리의 모양과 얇은 막 구조가 힘의 방향과 크기, 작용 지점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꼬투리 안에서 역할이 다른 두 구조도 확인했다. 하나는 수분이 줄어들 때 접힘을 만드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씨앗에 직접 힘을 전달하는 얇은 막이다. 꼬투리가 마르며 접히면 이 막에 힘이 모이고, 씨앗을 누르는 지점이 앞쪽으로 이동한다. 식물이 별도 장치 없이 구조만으로 힘을 저장하고 전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자연의 구조를 모방한 유연 로봇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봤다. 유연 로봇은 금속 관절 대신 부드러운 소재로 움직이는 로봇이다. 체내에서 조직을 잡거나 밀어내는 의료용 장치, 상처 봉합 패치, 종양 절제용 소형 로봇 등에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복잡한 장치 없이 디자인만으로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소프트 소재와 의공학 장치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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