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대신 드레스 입고 공연한 죄’…이란, 여성 가수에 태형 74대 선고
지도부 여성 억압 강화 우려도

이란 법원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공연한 여성 가수에게 태형 74대를 선고했다. 전쟁 이후 재편된 이란 지도부가 여성에 관한 종교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이란 쿰주의 한 법원에서 지난주 열린 비공개 재판에서 가수 파라스투 아흐마디(29)에게 이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아흐마디와 그의 동료 8명은 2년간 공연 및 출국 금지 처분도 받았다. 선고를 받은 9명 가운데 2명은 판결이 내려질 당시 이란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이들의 혐의에 관해 “사이버 공간 플랫폼에서 저속하고 부도덕한 콘텐츠를 제작 및 게시해 공공의 미풍양속을 해친 행위”라고 했다.
아흐마디가 히잡을 쓰지 않은 채 머리카락, 팔, 어깨를 드러낸 검은 드레스를 입고 공연한 영상은 2024년 12월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300만회에 달하는 등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 아흐마디는 검은색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이란 민요를 불렀다. 영상의 설명란에는 “내가 열렬히 사랑하는 이 땅을 위해 노래하는 것, 이는 내가 외면할 수 없는 권리였다”는 아흐마디의 말이 함께 적혀 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아흐마디와 그의 동료인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 2명은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이후 당국은 해당 영상과 관련한 소송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인권단체들은 미국과 전쟁 이후 이란 지도부가 내부 탄압을 강화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단체 이란인권(IHR)의 소장인 마흐무드 아미리 모가담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아흐마디에게 태형이 선고된 것은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처벌”이라며 “미국과 평화 협정으로 기세등등해진 정권이 여성 탄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위험한 신호”라고 말했다.
2022년 대학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사건으로 이란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당국의 폭력적 진압으로 시민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만2000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란 당국이 히잡 단속을 거의 하지 않는 등 규제가 일부 완화되기도 했다.
당국이 아흐마디 등에게 언제 태형을 집행할 계획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정부는 2022년 시위 이후 히잡 착용 규정 위반 혐의를 받거나 이에 항의한 여성들에게 태형을 집행한 바 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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