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뇌졸중 노인, 외상성 뇌손상 위험 최대 4.4배… 낙상 예방이 뇌를 지킨다
뇌전증·뇌졸중·치매 등 신경계 질환, 낙상 등 외상성 뇌손상 취약성 높여
뇌손상 이후에도 뇌전증 2배, 치매 발생률 24% 증가

치매,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을 앓는 고령층은 외부 충격으로 뇌가 손상되는 '외상성 뇌손상(TBI, Traumatic Brain Injury)'을 입을 위험이 최대 4.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재향군인 의료 시스템(VAHCS) 소속 캐리 펠츠(Carrie Peltz) 박사 연구팀은 평균 연령 77.8세의 재향군인 5만 5,204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계 질환과 외상성 뇌손상이 서로의 위험을 높이는 양방향 연관성을 대규모 데이터로 확인하고 고령층 뇌 건강 관리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1999년 10월부터 2021년 9월까지 22년간 미국 보훈처(VHA) 의료 시설을 이용한 만 55세 이상 재향군인을 대상으로 후향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응급실 방문, 뇌 영상 검사, 국제질병분류(ICD) 진단 코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급성 외상성 뇌손상 환자 1만 3,801명을 선별했다. 비교 집단으로는 연령·성별·인종을 맞춘 외상성 뇌손상 경험이 없는 재향군인 4만 1,403명을 3대 1 비율로 비교했다. 전체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77.8세였으며 96.5%가 남성이었다.
분석 결과, 외상성 뇌손상을 경험한 집단은 뇌손상 발생 1년 전부터 4가지 신경계 질환 발병률이 비교 집단보다 뚜렷하게 높았다. 뇌전증(간질) 발병률이 4.4배로 가장 두드러졌고, 뇌졸중 3.2배, 치매 3.1배, 파킨슨병 3.0배 순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흡연, 심근경색 병력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보정한 후에도 이 차이는 유의미하게 유지됐다.
외상성 뇌손상 이후의 변화도 뚜렷했다. 뇌손상 발생 전 1년과 비교했을 때, 뇌손상 후 1년 이내 뇌전증 발병률은 2.29배, 뇌졸중 발병률은 1.83배로 각각 두 배가량 높아졌으며, 치매 발생률도 24% 증가했다. 다만 파킨슨병은 뇌손상 발생 전부터 비교 집단보다 3.0배 높은 발병률을 보였지만, 뇌손상 전후 발병률 변화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신경계 질환과 외상성 뇌손상의 양방향 관계를 대규모로 규명한 첫 장기 코호트 연구로 평가된다. 치매 환자는 위험 상황을 인지하거나 피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파킨슨병 환자는 보행 장애와 자세 불안정이 나타나며, 뇌졸중 환자는 편마비나 근력 저하로 균형 유지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특성들이 낙상 위험을 높이고 결국 외상성 뇌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뇌손상 발생 후에도 지속적인 신경과 추적 관찰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의 제1저자인 캐리 펠츠 박사는 "신경계 질환을 진단받은 직후가 외상성 뇌손상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노인이 신경계 질환을 진단받는 시점부터 낙상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물리치료, 작업치료, 낙상 예방 프로그램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Neurologic Diagnoses Before and After Traumatic Brain Injury: A Retrospective Cohort Study of Older Veterans, 외상성 뇌손상 전후의 신경과적 진단: 고령 재향군인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2026년 6월 17일 국제 학술지 '뉴롤로지(Neurology)'에 게재됐다.
김수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Copyright © 하이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슐린 주사, 평생 맞아야 한다?”…내과 전문의가 전하는 당뇨 관리법 - 하이닥
- 30대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전단계 셋 다 있으면... “심혈관질환 위험 최대 2배” -
- 목감기 방치했다가 전신 감염까지?... 생명 위협하는 ‘레미에르 증후군’ 주의 - 하이닥
- 간헐적 단식 vs 칼로리 제한, 감량 효과 비슷.... 과식 충동 억제 효과는? - 하이닥
- "다낭난소증후군이면 ‘걱정 많은 마음’?"…중국 여성 3명 중 1명에서 불안 동반 - 하이닥
- "커피 한 잔보다 많다"… 의외로 '폴리페놀' 많은 음식 5가지 - 하이닥
- “부모가 비만이면 아이도 비만?”… 생활습관보다 '유전' 영향 커 - 하이닥
- "우울증, 약만 바꿔도 해결될까"…환자 절반이 치료저항성·불안·심혈관질환 동반 - 하이닥
- 진통제로도 낫지 않는 두통… 목디스크에서 시작된 ‘경추성 두통’일 수도 - 하이닥
- 대상포진, 피부병으로 착각하기 쉬워… “젊은 층도 방심은 금물” - 하이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