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난’ 남한 전기 공급 거점... 전쟁 상흔 딛고 82년째 운영 [르포]
6·25때 발전소 수복 치열한 전투
댐 표면 총탄 자국 지금도 그대로
3호기 이어 1·2호기 현대화 추진

최근 방문한 화천댐 정면의 초석에는 일왕의 연호 '소화 19년'이 깨진 채로 있었다. 해방 직후, 이 댐 공사에서 강제 징용으로 1000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댐 이름도 일제가 붙인 '대명제'였다. 주민들은 '대붕제'를 건의했다. 한 번 날갯짓으로 9만리를 난다는 전설의 새 붕새(대붕)에서 따온 이름으로, 파로호의 형상이 붕새가 내려앉은 모습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초석은 6·25 때 행방불명됐다가 1987년 평화의 댐 공사 중 댐 하류 약 150m 지점에서 발견돼 제자리를 되찾았다.
1951년, 북한군과 중공군은 수문 16개를 이용한 수공 작전을 준비했다. 미군은 비행기 폭격으로 수문을 파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미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비행기가 어뢰 두 발을 투하해 수문을 깨뜨렸다. 육상 작전에서 어뢰로 댐 수문을 파괴한 것은 전 세계 전쟁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성창현 화천수력발전 수자원환경팀장은 "그 부대는 지금도 자신들을 '댐 버스터(Dam Buster)'라고 부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켈로(KLO) 첩보 부대도 공을 세웠다. 북한군이 벌목한 나무로 비행기·전차 모형을 만들어 위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총공격의 길을 열었다. 댐 내부 터널 '검사랑'에는 전쟁 당시 중공군 거의 만 명이 숨어 있었다고 전해진다. 수복 후 이승만 대통령이 이 호수를 '파로호(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 명명했다.
전쟁 직후 남한의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은 129㎿에 불과했다. 대형 발전소 대부분이 북한 지역에 집중돼 있던 일제강점기 전력 인프라의 유산이었다. 화천수력의 108㎿는 그 83%를 홀로 떠받쳤다.
발전소 수복이 군사 작전인 동시에 국가 전력 자립의 문제였던 이유다.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은 153GW로, 전후 대비 약 1200배 늘었다. 이 거대한 전력망 안에서 화천수력의 비중은 0.07%에 불과하다. 나라의 불을 혼자 밝히던 발전소는 이제 전력망의 점 하나가 됐다.
발전소 내부는 조용했다. 4기 가운데 3호기가 현대화 사업 중으로 올 12월 31일 준공 예정이다. 4호기는 2020년 이미 현대화를 마쳤다. 성 팀장은 "현대화를 하면 용량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발전 효율이 95%에서 98% 정도로 올라간다"며 "1호기와 2호기도 현대화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1944년에 지어진 화천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전쟁과 강점, 수복과 재건의 세월을 견뎌낸 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아직도 현역이다.
leeyb@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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