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최첨단 무색"…광주 스마트 버스정류장 ‘엉망’
폭염 속 무더위쉼터 기능 상실
휴대폰 충전기·와이파이 먹통
각 자치구 유지관리 부실 지적


"스마트는 개뿔, 상태가 엉망진창이네요."
24일 오후 1시께 광주 남구 주월동 광주국제양궁장 앞 스마트 버스정류장.
본격적인 여름철인 후텁지근한 날씨에 정류장 문을 열고 들어선 시민들은 이내 얼굴을 찌푸렸다. 실내 공기가 바깥보다 더 뜨거워서다. 벽면에 설치된 냉방 장치는 멈춰 있었다. 휴대전화 충전기는 고장 난 채 방치돼 있었고, 무료로 제공하는 공공와이파이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직장인 문모(30·동구 운림동)씨는 "이러려고 막대한 혈세를 들여 스마트 버스정류장을 만들었냐"면서 "체계적인 유지·관리 시스템이 시급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미래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의 스마트 버스정류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해 도심 곳곳에 설치된 시설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해 예산 낭비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광주 5개 자치구는 현재 스마트 버스정류장 49곳을 설치, 운영 중이다.
광산구가 24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북구 16곳, 남구 4곳, 서구 3곳, 동구 2곳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장은 낙제점이다. 본보 취재진이 지역내 모든 스마트 버스정류장을 둘러본 결과, 49곳 중 21곳이 고장 난 상태였다.
구체적으로는 남구 지석사거리 정류장의 경우 에어컨이 꺼진 상태였고 충전기와 와이파이도 먹통이었다. 또한 버스정보 안내 화면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이용객들이 정류장 밖에 나와 있었다.
광산구 신가주공아파트 정류장에서는 냉방 장치가 멈춰 있었고 맞은편 정류장은 버스정보 모니터가 꺼져 있었다. 동구 조선대학교와 남광주역 스마트정류장에서는 충전기가 작동하지 않았으며 서구 풍암저수지 정류장 역시 안내 모니터가 검은 화면만 내보내고 있었다.
북구 전남대학교 정류장에서는 냉방 시설은 가동됐지만 충전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시설마다 고장 유형은 달랐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비슷했다.
내부 상태가 엉망인 곳도 수두룩했다. 일부 시설은 좌석 아래에 음료컵과 과자 봉지 등이 쌓여 있었고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곳도 눈에 띄었다. 최첨단 시설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더 큰 문제는 각 자치구의 유지관리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먼저 자치구별 냉방 장치 가동 기준이 없다. 일부 자치구는 기온 30도 이상일 때만 에어컨을 튼다. 다른 곳은 24도부터 냉방을 시작한다. 거주 지역에 따라 시민이 체감하는 편익 복지 수준이 갈린다. 시설 점검은 전적으로 민원에 의존한다. 정기 점검 일정이 명확하지 않다. 관리 인력 부족을 이유로 고장은 장기간 방치되는 실정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스마트정류장 외에도 관리해야 할 시설이 많아 행정적 어려움이 크다"며 "민원이 접수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서강원 수습기자 s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