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분, 공정위 과징금·실적 부진 악재 속··· '벨류업' 카드 통할까?
1793억 과징금에 실적 부진까지···경영 부담 가중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대한제분이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고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밸류업 카드는 실적 역성장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수천억원대 과징금 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 위기 속에서 강행된 오너 일가의 연봉 인상 논란까지 겹치며 사측이 주주 여론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직전 사업연도 배당성향 25%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이번 주주가치 제고 계획의 목표로 매출 확대 및 신규 진입시장 발굴, 고부가가치 창출 프리미엄 제품 개발,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주환원 추진을 설정했다. 구체적인 수립 계획으로는 미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 대한 전략적 진출과 연구개발(R&D) 및 상품기획 역량 강화, 보유 자사주 소각 추진 등을 확정했다.
또한 대한제분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고배당기업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직전 사업연도(2025년) 이익배당금액은 약 66억원으로 전전 사업연도(2024년) 약 58억원 대비 14.3% 증가했으며 이에 따른 배당성향은 25.0%를 기록했다. 사측은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0원 이하인 상황에서도 배당을 집행해 주주들이 결산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제분은 밀가루 담합 제재로 인한 대규모 과징금 부담으로 재무적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제분을 포함한 7개 제분사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약 6년에 걸쳐 주요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제재를 받았다.
대한제분의 과징금 부과 금액은 1792억7300만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대한제분 자기자본의 17.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측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에 기타충당부채로 약 944억원을 선제 반영했으나 실제 부과된 과징금 규모가 이를 크게 웃돌았다. 이 여파로 대한제분은 지난해 연결기준 약 623억원 영업이익 흑자를 거두고도 최종 당기순이익은 25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현금 유출 가능성으로 인해 향후 밸류업 정책의 실행 여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제분의 사법 리스크와 민형사상 소송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월 대한제분 등 제분사들과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고발을 완료했으며 공소장에는 송인석 전 대한제분 대표의 담합 관여 과정이 자세히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에도 영업차장 실무자 자격으로 경쟁업체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밀가루 가격 및 물량 등의 합의 과정을 논의하고 주도해 총 435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선례가 있다. 현재 밀가루를 공급받는 중소 제과업체들이 민사 소송을 검토 중인 데다 형사 재판으로 인한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해졌다.
◇ 본업·자회사 동반 부진에도···오너 일가 연봉은 인상
올해 1분기 실적도 하락세다. 공시에 따르면 대한제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0억163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2% 감소했다. 매출액도 3343억417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떨어졌다. 특히 1분기 전체 영업판매실적 중 내수 매출이 3312억3800만원에 달한 반면 수출은 31억400만원에 그쳐 내수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를 보였다.
자회사 부진도 이어졌다. 대한제분 오너 3세 이건영 회장이 2010년부터 16년째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나 외형 성장과 달리 내실은 악화됐다. 연 매출은 2023년 1조441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서며 2025년에는 1조3752억원으로 2년 새 4.6%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이 회장 취임 직후인 2010년 8.4%에서 2025년 기준 4.5%로 하락했다.
이 회장이 주도한 반려동물 사료 자회사 '우리와'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291%에 달했다.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를 운영하는 '보나비' 역시 자본총계가 -100억원까지 추락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로 인해 주가마저 주가순자산비율(PBR) 0.24배에 머무르며 대표적인 저PBR 기업으로 전락했다.
한편 실적 악화 속에서도 오너 일가 연봉은 인상됐다. 이건영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13억1700만원으로 회사가 역성장을 걷기 시작한 2년 전(11억500만원) 대비 19.2% 상승했다. 사내이사 3인의 보수 총액 역시 전년 대비 14.8% 증가한 22억16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번 사안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납품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며 "오너리스크와 담합 제재가 동시에 겹친 상황인 만큼 경영진은 긴축 경영을 통해 기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