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방 소멸을 막아라’… 4시간 만에 행정 설루션 8개가 완성되다

윤희훈 기자 2026. 6. 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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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NIA 주최 ‘AI 챔피언 해커톤’ 결선 현장
게임형 프로그램부터 햇빛연금 맞춤 설루션까지
24일 오전 9시 7분 공개된 'AI 챔피언 해커톤' 결선 과제. /행정안전부 제공

“국민이 특정 지역에서 살아가거나 정착하거나 활동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를 만들어라.”

24일 오전 9시 7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콘퍼런스룸 302호 스크린에 ‘AI 챔피언 해커톤’ 결선 과제가 떴다. 소멸 위기 지역에 입주한 국민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원스톱 AI 설루션’을 개발하라는 것이었다.

과제를 안내한 화면은 ‘4시간 카운트다운’으로 바뀌었다. 참가 팀들은 팀원끼리 기획 회의를 하거나, 방향성 설계에 들어갔다. 전략을 논의하는 소리와 노트북 자판을 치는 소리가 콘퍼런스룸을 채웠다. 참가자들은 일상적인 자연어로 AI에 코드를 작성하게 하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으로 설루션 개발에 나섰다.

전날 본선을 뚫고 결선에 진출한 팀은 모두 8팀. 이 중 6팀은 코딩 경험이 없는 ‘흑코더’ 팀이었다. ‘흑코더의 반란’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본선이었다. 해커톤 진행을 맡은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관계자들은 “흑코더의 반란이 오늘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며 결과를 점치기도 했다.

24일 경기 고양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 3층 컨퍼런스에서 열린 'AI 챔피언 해커톤' 결선에서 참가자들이 코딩을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각 팀은 설루션 시연 예행을 하거나, 발표용 프레젠테이션 작성에 들어갔다. 해커톤이 시작하고 4시간이 지난 오후 1시 10분, ‘코딩 시간 종료’ 선언이 나왔다. 이어 1시 20분 ‘결과물 제출 마감’까지 마무리됐다.

4시간의 해커톤 시간 동안 참가 팀은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설루션을 제시했다. 소멸 위기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정착 지원 제도를 원스텝으로 소개하는 설루션을 다양한 사용자 환경(UI)으로 구현했다.

이주자의 소득 확대에 초점을 맞춘 설루션도 있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직원 2명으로 구성된 ‘동동즈’ 팀은 전남 신안의 ‘햇빛연금’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지역별 태양광 발전 입지를 분석하는 툴을 선보였다. 토지 형질 정보와 1m 단위 토지 기울기 정보 등을 활용해 일사량까지 점수로 등급을 판단할 수 있다. 임정수 팀장은 “지방에서도 소득이 충분하다면 수도권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말했다.

게임 방식으로 이주 예정지를 미리 경험하는 설루션도 등장했다. 한국국제협력단 직원 2명으로 구성된 ‘아들넷딸둘’ 팀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이사로 일상이 급변하는 자녀들의 부적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빠고’ 게임을 제안했다. ‘포켓몬고’처럼 지역 내 주요 시설을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게 게임의 골자다.

한국국제협력단의 ‘지금응급’ 팀은 행정 통합으로 지역 내 정책 혼선이 일 수 있는 광주·전남 지역을 겨냥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설루션을 선보였다. 이들의 설루션은 이주자의 주택 구입 예산을 바탕으로 교육과 교통 등 주요 변수에 따라 최적의 입주 지역까지 제안했다.

조용민 언바운드랩 대표,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 서희석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손병의 마음AI 연구소장 등 5명의 심사위원은 공무원·공공기관 직원이 개발한 설루션에 찬사를 보냈다.

손병의 소장은 “공공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의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달라”고 말했다. 조용민 대표는 “뾰족한 문제를 선명하게 풀어냈다. 완성도가 놀랍다”면서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만 더해진다면 좋겠다. 사용자 측면에서 더 나은 서비스를 개발해달라”고 했다.

이날 심사 과정에서 조용민 대표는 특정 팀의 설루션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상원 대표는 동동즈팀의 설루션과 아이디어 등 지적재산권을 구입하고 싶다는 의향까지 내비쳤다.

24일 경기 고양 일산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AI 챔피언 해커톤' 시상식에서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동동즈팀이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최종 심사 결과,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동동즈 팀이 우승(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준우승에 해당하는 최우수상은 한국국제협력단의 ‘아들넷딸둘’팀이 수상했다. 두 팀은 모두 코딩 경험이 있는 백코더였다. 시상식 현장에선 ‘백코더의 클래스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흑코더 개발자 중 최고 팀에 수여하는 ‘흑코더 특별상’은 전북 군산시 보건소의 ‘보듬’ 팀이 받았다. 보듬 팀은 이날 시상식에서 해커톤 참가자들을 대표해 자신들이 개발한 설루션 ‘보듬’을 시연하기도 했다.

황규철 행안부 인공지능정부실장은 “공공 분야에서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면서 “이번 해커톤 참가자들이 만든 결과물을 보며 공공 행정 분야 대국민 서비스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결선에서 경쟁한 한 참가자는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생각을 현실로 구현해준 인생 최초의 대회”라면서 “용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나이를 떠나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했고, 또다른 참가자는 “AI가 기술을 넘어 사람이 사는 곳을 지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대회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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