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작업 전 보호구 착용하세요”…화학사고 인명피해 저감사업 첫발

이준희 2026. 6. 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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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바이켐 대표가 24일 충남 예산 일반산업단지 내 바이켐 제조공장에서 정전기 방전패드에 손을 갖다 대며 '화학사고 인명피해 저감사업' 시연을 하고 있다.

“작업 전 보호구를 착용해 주십시오.”

24일 충남 예산 일반산업단지 내 바이켐 제조동 입구. 작업자가 출입문 앞으로 다가서자 경고음과 함께 음성안내가 흘러나왔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정전기 방전패드에 손을 갖다 대자 몸에 축적된 정전기가 제거됐다.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에선 익숙한 풍경일 수도 있지만, 이 몇 초의 행동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안전대책이 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처음 시작한 '화학사고 인명피해 저감사업' 현장이다. 최근 3년간 발생한 화학사고 354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180건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사망 19명·부상 274명에 달했다. 인명피해 사고의 88%가 시설 부족이나 제도 미비가 아닌 작업자의 안전수칙 미준수 등 인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부는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대신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여수·서산·구미·울산 등 4대 산업단지 331개 사업장의 의견을 수렴해 음성안내장치, 정전기 방전패드, 화학안전구역 지정, 사고사례 포스터 등으로 구성된 저감사업을 설계했다.

이선화 바이켐 대표가 24일 충남 예산 일반산업단지 내 바이켐 제조공장 앞에서 '화학사고 인명피해 저감사업' 적용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찾은 바이켐은 사업이 처음 적용된 시범 사업장이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바닥에는 노란색 선으로 표시된 화학안전구역이 눈에 띄었다. 제조시설과 저장시설, 하역시설 등 위험지역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다. 곳곳에는 사고 사례를 담은 포스터와 안전 안내물이 부착돼 있었고, 주요 출입구마다 음성안내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바이켐은 산업용 세척제와 유기용제 정제 사업을 하는 중소 화학기업이다. 톨루엔 등 인화성 유기용제를 다량 취급하는 만큼 정전기나 점화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선화 바이켐 대표는 “유해화학물질 누출도 위험하지만 방류벽이나 트렌치 등으로 어느 정도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정전기나 접지 미확인 같은 작은 실수에서 발생하는 화재·폭발 사고가 가장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현장에서는 이번 사업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한글을 모르더라도 화학안전구역 표시나 사고사례 포스터, 정전기 방전패드 등은 위험 상황을 직관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기존에는 작업자의 경험과 숙련도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안전수칙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작업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규모는 크지 않다.

바이켐 사업장에 설치된 음성안내장치 8대, 정전기 방전패드 11대, 사고사례 포스터와 태그, 화학안전구역 표시 등을 모두 합쳐 약 146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기후부는 적은 비용으로도 사고 예방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명균 기후부 화학안전과장은 “현재 정부는 음성안내장치 400개, 방전패드 560개, 화학안전구역 30개소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45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노후 취급시설 개선사업과 연계해 화재·폭발 위험이 높은 사업장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고보조율은 60~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산업 현장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영어 등 외국어를 병기한 시각자료도 보급하겠다”고 부연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화학사고 인명피해 저감사업' 시범사업 현장인 충남 예산 일반산업단지 내 바이켐 제조공장 외벽에 24일 '화학보호장구 착용 생활화 합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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