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불치병 1~12살 아동’에 첫 안락사 시행
기존엔 12개월 미만·12살 이상에 허용

네덜란드에서 불치병을 앓는 12살 미만 아동에게 처음으로 안락사가 시행됐다. 2년 전 1~12살 아동까지 안락사 적용을 확대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2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공영방송 노스(NOS)·더치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피 헤르만스 네덜란드 보건부 장관이 22일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2025년 말 12살 미만 아동의 안락사 사례를 보고했다. 아이의 병명과 나이와 성별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법에 따라 꾸려진 특별평가위원회가 해당 사례를 심사했으며, 네덜란드 검찰청에서 절차가 적법했는지 최종 확인을 거치는 중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환자의 명시적 요청이 있고, 가까운 시일 내 임종이 임박하고 완화 치료로도 다스릴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 의학적으로 인정될 때 안락사를 허용한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의 약 6%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12살 미만 아동의 안락사는 의사의 불치 판정과 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이며, 이해 능력이 있는 아동이라면 본인이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기존에는 12개월 미만 영아나 12살 이상 청소년에게만 안락사가 허용됐으나, 말기 환아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속적인 요구로 2024년 1~12살까지 적용 대상이 전면 확대됐다. 앞서 2014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 연령 제한을 폐지하면서도 대상을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아동’으로 국한한 벨기에를 넘어, 네덜란드가 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안락사 허용국이 된 배경이다. 당시 네덜란드 당국은 제도 도입시 연 5명 이하의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동 안락사 확대 도입 당시 사회적 논쟁도 치열했다. 찬성 쪽은 1살 반 환아가 수유 중단으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 등의 가혹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쪽은 ‘당사자의 자발적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안락사의 대원칙이 훼손돼, 향후 중증 치매 환자 등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취약 계층에게까지 적극적인 안락사가 남용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노스 방송이 보도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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