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2세 미만 아동 안락사 첫 시행…세계 곳곳 생명윤리 논란

성윤정 기자 2026. 6. 2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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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네덜란드에서 안락사 허용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낮춘 뒤 처음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락사가 시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안락사 허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빈곤과 돌봄 공백 때문에 조력사망을 선택한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생명윤리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소피 헤르만스 네덜란드 보건장관은 최근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감독기구가 지난해 말 12세 미만 아동 안락사 사례 1건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아동의 나이와 성별, 거주지, 질병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사실은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가 처음 보도했다.

네덜란드는 2024년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다른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에 한해 안락사 허용 대상을 12세 미만 아동까지 확대했다. 기존에는 신생아와 12세 이상 미성년자, 성인에게만 적용됐다. 18세 미만은 부모나 법정대리인의 동의 또는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네덜란드는 안락사 제도가 가장 폭넓게 정착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1970년대부터 안락사를 처벌하지 않는 판례가 축적됐고, 2002년 성인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후 적용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현재 전체 사망자 가운데 안락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5%를 넘어선다.

다른 국가에서도 관련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벨기에는 2014년 안락사 연령 제한을 없앴으며 이후 18세 미만 안락사 사례가 6건 보고됐다. 여기에는 불치성 뇌종양을 앓던 9세 아동과 근위축증을 앓던 11세 아동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말기 환자의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해 올해 5월 자동 폐기됐다. 다만 로런 에드워즈 노동당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시 제출하면서 오는 9월 하원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법안은 기대여명이 6개월 이하인 성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제도 확대 이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는 2016년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조력사망을 합법화했고, 2021년에는 회복이 불가능한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대상을 넓혔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이나 주거 불안, 돌봄 부족 때문에 조력사망을 선택했다는 사례가 잇따라 알려지면서 제도 남용 우려가 커졌다. 이에 의회 위원회는 최근 정신질환만을 이유로 한 의료조력사망은 무기한 허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대만도 최근 중증 유전성 신경질환 환자가 스위스로 건너가 조력사망을 택한 사례가 알려지자 제도 도입 대신 완화의료와 장기요양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남미에서는 우루과이가 지난해 ‘존엄한 죽음법’을 통해 안락사를 허용했고, 콜롬비아는 2015년부터 관련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성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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