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생산능력 절반 HBM4에 배치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능력(캐파)의 절반을 6세대 HBM4에 할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출하한 후 본격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며 점유율 회복에 나선 것이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HBM용 D램 웨이퍼 월간 투입량 15만장의 절반인 약 7만5000장을 HBM4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절반은 5세대 HBM3E 12단에 할당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떨어지는 HBM3E 8단 제품의 경우 생산을 임시 중단하고, HBM4 생산에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HBM3E는 엔비디아의 현 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인 블랙웰에, HBM4는 차세대 AI 가속기인 루빈에 들어간다. 기존 수요 대응용 HBM3E 생산을 제외하면 사실상 HBM4 생산에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4 물량을 끌어올려 그간 뒤처졌던 HBM 시장 경쟁력을 다시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HBM3E에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을 사실상 선점했고, 삼성전자는 품질 인증이 늦어져 많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3E 후발 주자로 따라가는 것보다, SK하이닉스에 앞서 공급을 시작한 HBM4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최초 양산 출하 후 4개월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540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총 매출은 1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HBM4에 힘을 싣는 또 다른 배경은 주문형 반도체(ASIC) 시장 확대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AI 가속기 개발을 늘리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HBM 수요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HBM4부터는 고객사별 설계 요구에 맞춘 베이스 다이와 패키징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만큼,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함께 보유한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처럼 HBM4 대량 생산을 서두를 필요성은 적은 편이다. 이미 HBM3E에서 강력한 고객 기반과 물량 우위를 확보했고, HBM4에서도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HBM3E 수요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HBM4로 점진적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는 여지가 삼성전자보다 크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달 방한 때 SK하이닉스가 최대 공급사라고 이미 밝힌 상황”이라며 “서두르지 않아도 루빈 양산 시점에 따라 하이닉스의 HBM4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HBM 시장을 둘러싼 양사의 대결 구도 역시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와 투자은행 번스타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7%에서 올해 37%로 상승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점유율은 56%에서 4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점유율을 제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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