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서 첫 12세 미만 ‘아동 안락사’ 사례···세계 각국, 존엄사 논의 확대

백민정 기자 2026. 6. 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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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안락사 찬성 운동가들이 런던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말기 환자 생명 종료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Getty Images/이매진스

네덜란드에서 12세 미만 아동이 안락사를 통해 사망한 첫 사례가 보고됐다. 정부가 관련 법을 개정해 말기 질환을 앓는 아동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한 지 약 2년 만이다.

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 등에 따르면 소피 헤르만스 보건장관은 이날 의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12세 미만 아동 1명이 안락사를 통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아동의 신원 보호를 위해 나이와 성별, 질병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사례는 후기 임신중절 및 아동 안락사 심사위원회에 보고됐으며, 검찰에도 이관됐다. 네덜란드에서는 모든 안락사 사례가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찰 검토를 거친다.

네덜란드는 2024년부터 1~11세 아동에 대한 안락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대상은 치료 방법이 없고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아로 한정된다. 법 개정 당시 정부는 연간 5건 안팎의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법 개정 이전에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아동이 삶을 마감하기를 원하면 완화의료에 따른 진정요법을 받거나 음식과 물 섭취를 거부하는 방법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는 환자 본인의 요청이 있고, 담당 의사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참을 수 없는 고통 상태라고 판단할 때만 허용된다. 환자가 외부 압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돼야 하고, 최소 1명의 독립적인 의사로부터 추가 의견을 받아야 한다.

12세 미만 아동의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담당 의사는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동 안락사 심사위원회 지침은 “의사는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하며, 아동의 의사에 반해 생명을 종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1970년대부터 안락사를 처벌하지 않는 판례가 축적됐다. 2002년엔 성인 안락사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뒤 허용 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지난해 네덜란드 전체 사망자의 약 6%가 안락사로 집계됐다.

2024년 2월1일(현지시간) 벨기에의 한 병원에서 안락사 절차를 마친 리디 임호프(43)의 시신에 간병인이 담요를 정리해 주고 있다. 선천성 편마비와 실명을 앓은 프랑스 여성 리디 임호프는 출생 직후 뇌졸중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다. 그는 2024년 2월1일 안락사를 받기 위해 프랑스 브장송에서 벨기에로 이송 허가를 받았다. AFP연합뉴스

안락사와 조력사망을 둘러싼 논의는 세계 각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락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해 환자의 생명을 종료하는 것을, 조력사망은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하고 의사는 이를 돕는 것을 뜻한다.

벨기에는 2014년 안락사 나이 제한을 폐지했다. 이후 18세 미만 미성년자 안락사 사례가 6건 보고됐으며, 여기에는 불치성 뇌종양을 앓던 9세 아동과 근위축증을 앓던 11세 아동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2016년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조력사망을 합법화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말기 상태가 아니더라도 회복 불가능한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나 빈곤이나 노숙, 돌봄 부족 등이 조력사망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최근 캐나다 의회 위원회는 정신질환만을 이유로 한 의료조력사망 허용을 무기한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

영국에서도 제도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이다. 말기 성인 환자의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노동당 소속 로런 에드워즈 의원은 같은 취지의 법안을 다시 제출했으며 하원은 오는 9월 이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법안은 기대여명이 6개월 이하인 성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에서는 최근 중증 유전성 신경질환 환자가 스위스로 건너가 조력사망을 선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이 재점화됐다. 다만 대만 정부는 안락사를 합법화하기보다 완화의료와 장기요양, 환자 자기결정권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남미에서는 우루과이가 지난해 ‘존엄한 죽음법’을 통해 안락사를 허용했다. 콜롬비아는 1997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왔으며, 2015년부터 관련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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