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러 원정갑니다"…규제만 늘고 갈 곳 없는 흡연자들 [르포]

송대성 2026. 6. 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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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니코틴 전자담배도 단속…복지부, 내달 15일까지 집중 점검
서울 금연구역 6320곳 늘었지만 흡연부스 증가는 33곳뿐
서울 중구의 골목길에 담배꽁초 투기에 대한 경고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금연구역 표지판은 늘었는데 정작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이런 골목까지 들어올 수밖에 없죠."

24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골목. 사람 통행이 많지 않은 이곳으로 흡연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물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주변이 모두 금연구역이다 보니 사람 눈을 피해 골목 안쪽까지 들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담배를 꺼내 무는 시간보다 피울 곳을 찾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푸념도 뒤따랐다.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금연구역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런 풍경은 더 짙어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담배사업법 시행에 맞춰 이달 23일부터 7월 15일까지 금연구역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4월부터는 연초 잎이 아닌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분류돼 금연구역에서 사용하다 적발되면 1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현장에선 단속이 강화될수록 흡연자들이 더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자담배를 손에 쥔 박모 씨는 "예전엔 건물 흡연실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문 닫은 곳이 많다"며 "밖으로 나오면 금연구역 표시만 있고, 어디서 피울 수 있는지 안내도 없다. 과태료가 무서워서라도 사람이 없는 쪽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도 금연구역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사진=송대성 기자]

6320곳 늘어난 금연구역…흡연부스 증가는 33곳

문제는 단속망이 넓어지는 속도만큼 흡연자들이 몸을 둘 공간은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시 열린데이터 원자료를 보면 시내 금연구역은 2022년 29만7539곳에서 지난해 30만3859곳으로 6320곳 늘었다.

반면 공공 흡연부스 등 공공 실외 흡연시설은 같은 기간 100곳에서 133곳으로 33곳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연구역은 빠르게 늘었지만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와 분리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공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도심 업무지구에선 이런 간극이 더 선명하다. 건물 내 흡연실은 민원과 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하나둘 사라지고 있지만 건물 밖으로 나오면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주변 대부분이 금연구역이다. 결국 흡연자들은 주차장 옆, 골목 안쪽, 건물 뒤편처럼 눈에 덜 띄는 공간으로 밀려난다.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와 충돌하지 않으려 할수록 오히려 더 음지로 숨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담배꽁초 수거함. [사진=송대성 기자]

민간이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KT&G는 통합보고서를 통해 2023년 591개의 흡연실을 2030년까지 1237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금연구역 확대 속도와 흡연 수요를 감안하면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정부와 지자체도 공공 흡연시설 확충과 관리 체계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흡연은 국가가 허용한 성인의 합법적 행위인 만큼, 금연정책과 별개로 흡연권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도 필요하다"며 "금연구역만 넓힐 게 아니라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와 분리된 공간에서 흡연할 수 있도록 흡연부스와 흡연구역 같은 인프라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연구역은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도 정작 흡연 가능 구역에 대한 안내와 관리는 부족하다"며 "흡연자들이 무조건 음지로 밀려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적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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