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루율 93.1%, 그저 행운이 아니다… ‘노 블론’ 마무리 손주영의 하이브리드형 진화

심진용 기자 2026. 6. 2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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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손주영이 23일 잠실 삼성전 1점차 승리를 지킨 뒤 활짝 웃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때로 위태로워도 무너지지 않는다. ‘초보 마무리’ LG 손주영이 ‘노 블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8차례 등판했는데 벌써 16세이브. 삼성 김재윤에 이어 세이브 1개 차 구원 단독 2위까지 올라왔다. 블론 세이브는 아직 한 번도 없다. “세이브 타이틀 욕심이 난다”는 손주영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손주영의 올 시즌 피칭이 완벽 그 자체인 건 아니다. 최근 들어 여러 차례 위기에 몰리곤 했다. 23일 잠실 삼성전도 9회초 대타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았고, 연속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손주영은 무너지지 않았다. 구자욱과 르윈 디아즈를 차례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4-3 팀 승리를 지켰다.

손주영은 이날까지 20.2이닝 동안 단 2실점만 했다. 내보낸 주자에 비해 실점이 대단히 적다. 잔루율(LOB%)이 이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올시즌 손주영의 잔루율은 93.1%다. 주자 100명 중 7명만 홈을 밟았다는 의미다. 표본이 너무 적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비현실적인 숫자다. 올 시즌 리그 평균 잔루율은 69.9%다. 손주영의 커리어 평균은 70.9%다. 손주영의 평균자책 0.87, 그리고 블론 세이브 제로(0) 기록에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까지 결과를 그저 운으로 치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손주영은 커터성 포심을 던진다. 커터처럼 들어가는 포심을 앞세워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한 투수다. 지난 시즌 땅볼 비율 56.4%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땅볼 비율 58.2%로 대단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건 탈삼진 능력이다. 지난 시즌 9이닝당 탈삼진이 7.77개였는데 올해는 9.58개로 2개 가까이 높아졌다. 완급조절을 생각하지 않고 1~2이닝 전력투구를 한 결과다. 포심 평균 구속이 지난해 시속 146.6㎞에서 올 시즌 148.7㎞로 증가했다. 2S 이후 결정구로 애용하는 커브 위력도 부쩍 좋아졌다. 지난 시즌 커브 헛스윙 비율이 26.3%였는데 올 시즌 현재까지 41.7%다. 23일 디아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마지막 구종도 커브였다. 경기 후 손주영은 “결정구를 던지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 낮게 던져야 할 때 확실히 낮게 던질 수 있게 됐다. 변화구의 예리함도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삼진과 땅볼은 투수가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다. 1점에 승부가 갈리는 마무리 투수라면 말할 나위가 없다. 올 시즌 손주영은 땅볼과 삼진 모두를 노릴 수 있는 투수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선택지를 자기 뜻대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손주영의 말에 따르면, 23일 1사 만루도 어느 정도 ‘의도한’ 결과였다. 9회 1사 3루에서 김지찬을, 1사 1·3루에서 김성윤을 차례로 볼넷으로 내보냈다. 내야 땅볼을 이끌어도 동점이 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최대한 어렵게 승부하려 했고 그 결과가 볼넷이었다.

손주영은 1사 1·3루 김성윤 상대 상황을 돌아보며 “타자가 발이 빨라 병살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내야 전진 수비가 들어와 있어서 (타구가) 빠져나갈 위험도 컸다”면서 “(만루가 되면) 수비가 뒤로 물러날 테니 ‘뒤 타자들한테 병살 나오면 땡큐’ ‘삼진 나와도 땡큐’라는 생각으로 그냥 (볼넷으로)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만루 배수진을 치고 구자욱과 디아즈를 상대한다는 건 도박수였지만 손주영은 자신이 있었다. 그는 “커브와 하이 패스트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결과는 손주영이 자신한 그대로였다.

볼넷이라고 해도 다 같은 볼넷이 아니다. 존에 공 자체를 집어넣지 못해 내보내는 볼넷과 23일 손주영의 볼넷은 전혀 성격이 달랐다. 특유의 땅볼 유도 능력에 업그레이드된 탈삼진 능력까지 갖춘 그였기에 내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

‘노 블론’ 행진과 함께 손주영은 세이브 순위를 무섭게 끌어 올리고 있다. 그 어느 팀보다 구원 기회가 많은 팀 전력과 그리고 지금 손주영의 역량을 생각할 때 세이브 타이틀 가능성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손주영은 “(세이브 타이틀) 욕심이 많이 생겼다. 처음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세이브왕 욕심이 생겼는데, 다시 선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다시 선발로 가라고 하면 팀 우승을 위해서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웃었다.

염경엽 LG 감독이 23일 잠실 삼성전 팀 승리를 지킨 손주영을 격려하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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