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UX 디자인, 'AI 슬롭' 탈출법...김유정 서울대 박사 “평균은 기술(AI)이 만들고, 차이는 사람이 만든다”

같은 인공지능(AI) 도구를 써도 누군가의 결과물은 저품질 양산물, 이른바 'AI 슬롭(slop)'이 되고 누군가는 한 끗이 다르다. 그 차이는 어디서 갈릴까.
김유정 서울대학교 박사는 오는 29일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바이브 시대의 UX·UI : 2026 하반기 트렌드와 AI 네이티브 실무 전략' 세미나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평균은 기술(AI)이 만들고, 차이는 사람이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AI 슬롭을 피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UX) 전문성의 본질을 취향(taste)·완성도(craft)·기술에 대한 이해 세 가지로 압축했다.
“평균은 AI가, 차이는 사람이 만든다”
김 박사는 “AI는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주며, 그 평균을 넘어서는 지점에서만 사람의 값어치가 증명된다”고 말했다. 그가 차이를 만드는 힘으로 꼽은 첫 번째는 취향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취향이 새로운 해자(moat)다', '취향이 새로운 10배(10x)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며 “취향은 본인이 매력적이라 느끼는 지점, 특정한 표현·구성 방식, 추구하는 매력의 방향성이 합쳐진 것으로, 똑같은 AI를 써도 자기만의 감각으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완성도다. 그는 “AI가 보편적 결과물을 빠르게 양산하면서 사람들이 피로를 느끼는 만큼 완성도가 다시 중요해졌다”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위에서 콘텐츠가 로딩되며 버튼이 아래로 밀려 엉뚱한 걸 누르게 만들거나, 식당 예약에서 날짜·시간을 다 고른 뒤 맨 마지막에 인원을 묻고는 자리가 없다며 처음으로 돌려보내는 식의 어긋남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평균을 공짜로 만들수록 끝까지 다듬는 완성도는 일종의 사치재(craft-as-luxury)가 된다는 논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기술에 대한 이해다. 김 박사는 “코딩을 잘하라거나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를 하이 레벨에서 이해하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기술은 원리를 몰라도 사용법만 익히면 충분했지만 LLM은 원리를 모르면 제대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고 그 개념을 5~10분 동안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 자가 점검을 해보라”며 “원리를 알면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짚고 어떻게 우회할지까지 판단해, AI를 시켜보고 안 되면 포기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 의도대로 끌고 가는 도구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슬롭과 한 끗을 가르는 것...“고통스러운 기획을 견뎌라”
김 박사는 “초기 기획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결과부터 보려고 만들기 시작하면 슬롭이 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UX 기획 측면의 슬롭화를 더 심각한 문제로 봤다. 그는 “결과물이 일단 눈에 보이면 사람은 그 시각 자료만을 토대로 다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특정 방향으로 수렴해 버린다”며 “처음부터 본질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발전시킬수록 간극이 커져 결국 수정조차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꿨다고 했다. 먼저 머릿속 생각을 최대한 다 쏟아낸 뒤, 그 생각을 재료 삼아 AI와 함께 기획서로 가공하는 방식이다. 김 박사는 “생각을 끌어내는 첫 단계에서 AI가 내 생각을 조정하게 두지 않고 철저히 내 페이스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두서없이 말한 내용을 맥락을 유지하며 정리해 주는 보이스 딕테이션 앱(타입리스·Typeless 등)이 생각을 꺼내는 초반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AI에 끌려가는 사람의 특징으로는 '생각의 외주화'를 꼽았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생각과 판단을 외주화하지 마라(Don't outsource your thinking)'는 말이 자주 나온다”며 “AI와 논의하는데 고통스럽지 않다면 끌려가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고통스럽다는 것은 근육 단련과 같아서, 운동할 때 힘들지 않으면 사실상 운동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지를 먼저 제시하는 일부 기능은 사고의 폭을 제한하고 AI가 생성한 것에 앵커링되게 하므로, 아이데이션 단계에서는 쓰지 않도록 지침을 두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감각이란 무엇인가...판별하는 힘과 방향을 정하는 힘
김 박사는 도구가 평등해질수록 차이를 만드는 실무자의 감각을 '판별하는 힘'과 '방향을 정하는 힘' 두 가지로 설명했다. 판별하는 힘은 결과물의 어디가 왜 잘못됐는지 명료하게 짚어 수정 방향을 제시하는 능력이다. 그는 “버튼은 본래 행동을 트리거하는 요소인데 그 안에 진행 상태까지 가두면 사용자의 시선과 클릭이 좁은 영역에 묶인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잠깐의 로딩 뒤 토스트나 모달로 결과를 알리는 편이 낫다는 판단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향을 정하는 힘은 하나의 패턴을 여러 갈래로 해석하는 능력이다. 그는 “같은 상황을 서너 가지 프레임으로 풀어내는 폭을 가르는 것은 결국 전문성과 도메인 지식”이라며 “해당 도메인에 대한 깊은 지식, 우리 서비스의 구체적 동작 원리, 서비스가 실제로 쓰이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 종합돼야 올바른 방향이 정해지며, 이 의사결정이야말로 아직 AI가 스스로 해내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획 역량만으로는 더 이상 해자가 되지 못한다고 봤다. 김 박사는 “AI 시대에 사람들이 경험 설계와 기획의 가치를 몸소 체감하면서 기존 UX 실무자가 유리한 출발점에 섰지만, 기획력도 훈련으로 따라잡히는 영역”이라며 “결국 중요한 건 에이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이해와, 개인을 넘어 조직으로 확산시키는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UX 실무자는 그동안 개발자·디자이너 등 다양한 역할자와 협업해 관련 용어와 기술 지형에 익숙한 만큼, 바로 그 익숙한 지점에서부터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부터...“코딩 에이전트 하나, 그리고 ‘내 것’ 만들기”
당장 손에 익혀야 할 도구로는 코딩 에이전트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나 코덱스(Codex) 중 하나는 반드시 쓰라”며 “터미널이 익숙하지 않다면 데스크톱 앱으로 시작해 CLI로 넘어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UX 실무자는 대부분 피그마에 익숙한데, 요즘은 피그마 MCP가 잘 돼 있어 코딩 에이전트와 연결하는 것만 잘 활용해도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다”며 별도의 전용 디자인 도구를 새로 깊이 익히는 것이 얼마나 필수적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도구만큼 요금제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요즘은 토큰이 곧 권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AI 비용이 중요해졌다”며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 월 20달러 요금제로 시작해 사용량 한도에 도달했을 때 업그레이드해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가장 좋은 모델로 AI를 끝까지 몰아붙여 그 능력을 최대한 이용해보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누구나 만드는 시대라는 말은 가능성이 열렸다는 것이지 모두가 이미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자기 자신을 리서치해 본인의 불편을 해소할 무언가를 하나쯤 직접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김 박사는 “빨리 시작할 수 있는 만큼 빨리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며 “시간을 들여 직접 부딪쳐 보는 것, 그렇게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독보적인 경험을 쌓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전문성”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유정 박사는 오는 29일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바이브 시대의 UX·UI : 2026 하반기 트렌드와 AI 네이티브 실무 전략' 세미나에서 '바이브 시대의 AI-UX : 누구나 만드는 시대, 무엇이 차이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발표한다. 이번 행사에는 이해든 숭실대학교 겸임교수, 유훈식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교수, 황선윤 11번가 디자인담당 조직장도 함께 나선다. 자세한 정보는 행사 페이지(https://conference.etnews.com/conf_info.html?uid=497)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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