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 헐어 노인정에 떡·과일·봉사… 아들·딸도 ‘고사리손’ 보태[자랑합니다]

1979년 말, 시대의 어둠 탓에 경찰관 하면 봉사보다는 공권력의 남용 선두주자로 국민의 좋지 않은 시선과 평을 받았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고 민중의 몽둥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 시기 경찰에 입문해서 생활을 시작하던 때, 치안본부 지시로 제주도를 포함해서 전국에서 60여 명의 ‘상록수’라는 봉사경찰관 선정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있었다. 아마도 경찰관에 대한 이미지 쇄신 목적도 한몫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중에 한 명으로 내가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나는 197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관악구 봉천5동 달동네(영세민이 많이 거주하는 낙후된 지역)로 이사를 와서 지금껏 53년을 한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그렇게 이사를 온 동기는 아버님 역시 공무원 생활을 47년간 하시며 살림살이가 어려워서였다. 워낙 성실하고 청렴하게 사셔서 딸랑 작은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이기 때문에 싼 집을 찾아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내가 1981년 초 상록수 경찰관으로 선정되어서 근무지가 종로에서 거주지인 봉천5동 산동네로 바뀌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동네 파출소의 봉사경찰관이 되었다.
낙후된 지역에 영세민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지역민들의 살림살이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동사무소(지금의 주민센터) 영세민 담당자가 있어서 서로 도울 방법을 의논도 많이 했다.
구청에서 영세민들에게 주는 밀가루, 라면들을 같이 가져와서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전달하고, 겨울철에는 연탄을 지게로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서 전달하였다. 그러면 주민들이 참으로 고마워했다. 그런 인사를 받으면 마음이 뿌듯했다. 아내도 내 일을 돕다가 넘어진 적도 있었다.
그리고 박봉을 헐어서 떡과 과일을 조금 준비해 노인정 방문을 했다. 1년에 두세 번 작은 버스(25인승)를 대여해서 가까운 청평유원지 등을 모시고 다녀왔다. 그런 봉사하는 장소에는 나의 소중한 아내가 함께했고,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딸들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봉사를 도왔다. 그리고 주변에 살고 있는 가족같이 친한 분들도 함께 동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에 1983년 한 주간지에 ‘인간만세 병아리 순경’이라는 제목으로 내 이야기가 기사로 실렸다. 이재민을 돕고 난지대 봉사를 하는 모습이 ‘병아리 순경의 24시간’으로 그려졌다.
1992년 11월 또 다른 주간지에는 ‘전출 희망하자 노인들 반대… 참 민중의 지팡이 상록수 경찰관’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영세민 지역으로 이주해 동고동락하며 탈선 청소년, 불우이웃 도울 때 보람을 느껴’ ‘박봉 털어 경로잔치, 공중화장실 설치 등 칭송이 자자’라고 소개됐다. 민망하고 부끄러웠으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나의 작은 봉사가 다른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된다면 큰 보람이라고 여겼다.
주석화(전 경찰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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