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 폭락 부른 ‘韓 레버리지 ETF’ 부메랑 [트럼프 스톡커]
韓 반도체주 폭락에 뉴욕 기술주까지 충격
“코스피 변동성이 ‘AI 투자 과열’ 우려 촉발”
월가도 ‘삼성·SK 레버리지 ETF’ 위험성 경고
고환율 방어 효과 ‘0’...개인 초단타 도박판만
이찬진 “막을 걸”...마이크론 실적이 분기점

한국의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단일 종목 레버리지(차입) 상장지수펀드(ETF)로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가운데 이 상품들의 나비 효과로 미국 증시까지 일부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삼분하는 마이크론의 24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2026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을 앞두고 이 레버리지 ETF들의 영향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의 ETF가 미국 증시까지 흔들자 월가에서도 관련 레버리지 투자를 조심하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 자금 쏠림으로 증시 변동성이 너무 커지고 환율 안정 효과도 나타나지 않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를 허용한 데 대해 한탄을 쏟기도 했다.

이날 반도체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은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의 최근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시사, 스페이스X를 비롯한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막대한 자본지출(CAPEX) 부담 등이 악재로 연이어 작용하며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무엇보다 투자 자금의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불안 심리가 관련주에 대한 투매 현상을 불렀다.
이날 시장의 특징은 뉴욕 증시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였다기보다는 아시아 주식시장의 반도체주 투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뉴욕 증시의 기술주들은 전날인 22일에도 구글의 핵심 인재들이 다른 AI 비상장 기업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에 따라 대체로 약세를 보였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37%, 1.33% 하락했다. 17일 노암 샤지어 구글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이 오픈AI 합류 사실을 알린 데 이어, 19일에도 구글 AI 연구소인 딥마인드의 존 점퍼 연구원이 입사 9년 만에 앤스로픽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알파벳은 4.99% 하락했다. 점퍼 연구원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의 공동 개발자로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다. 알파벳은 22일 장중 7% 이상 하락하며 지난 1년 동안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23일에도 0.94% 떨어졌다.
미국의 기술주 약세 소식에 23일 코스피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12.47%, 12.31%씩 폭락했다. 두 종목의 하락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대 기록이었다. 양대 대장주의 추락에 코스피지수도 9.99%나 급락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89.41까지 치솟으며 90선에 바짝 다가섰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3.55% 떨어지며 8거래일 연속 상승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단기간에 막대한 개인 자금을 빨아들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ETF가 하락장에서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지초자산 연계 주식과 선물을 대거 쏟아낸 효과가 미국 시장까지 덮쳤다는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 파생상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청산되는 과정에서 이와 연관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들도 위험 분산을 위해 미국의 반도체주를 기계적으로 팔게 된다는 논리다. 실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미국의 기술주와 한국의 반도체 대장주들을 하나의 AI 묶음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날 한국 증시에서 12~13% 떨어졌다면 이후 마이크론 주식도 비슷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대거 매도하는 식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상승·하락 움직임을 2배 이상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투자 전망이 맞는다면 큰돈을 벌지만, 반대의 경우는 큰돈을 잃는다.
23일 블룸버그통신도 “월가에 주식 강세장을 이끈 AI 열풍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는 새롭지 않지만, 최근 하락세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시장(코스피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의해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소폭 하락으로 시작된 사건이 외국인투자가들의 25억 달러 이상 코스피 주식 매각으로 변모했다”며 “투자자들의 강제 청산이 빚을 낸 자금으로 거래하는 개인들에게 타격을 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연계된 매도 물결로 복합화됐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투자중개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전 세계의 레버리지 수준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안일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클레이즈의 알렉산더 올트먼 주식전략 글로벌 책임자는 “전형적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 평가와 무관하게 레버리지 ETF는 현 시장의 가장 큰 기술적 위험 요소”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서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한국 AI 관련주의 급락을 계기로 글로벌 레버리지 ETF 시장의 급성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한국 반도체주 추종 레버리지 ETF 16종의 자산 규모는 출시 당시 30억 달러에서 현재 9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자산은 2900억 달러(약 446조 원)를 넘어선 상태라며 아시아 시장은 450억 달러, 미국 시장은 2200억 달러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실제 SK하이닉스 주가에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홍콩의 레버리지 상품은 이 지역 증시 최대 ETF로 올라섰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출시돼 홍콩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22일 기준 168억 달러(약 25조 8000억 원)로, 162억 달러(약 24조 9000억 원)의 항셍지수 추종 펀드 ‘트래커 펀드 오브 홍콩’을 제쳤다. 올 들어 SK하이닉스 주가가 300% 이상 급등하면서 이 ETF의 연초 대비 수익률도 900%가량에 달한다.

이 원장은 “매매 회전율 등이 급등해 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반도체주 중심으로 거래 쏠림 현상이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차입 투자도 굉장히 확대됐지만 시가총액이 증가해 신용융자잔고 비중이 줄어드는 모순된 현상이 나타난다”며 “통계의 착시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주의 깊게 감시하고 있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해당 상품의 극심한 회전율로 증권사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도박판에서 거래자에겐 실익이 없고 이른바 ‘뽀찌(경기나 도박에서 이기거나 많은 돈을 딴 사람이 주위 사람에게 일정액을 사례하는 것)’ 뜯는 사람만 돈을 많이 버는 모양새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 취지대로 고환율 완화 효과는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좀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며 “홍콩에서 환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효과는 별로 좋지 않았고 부작용은 너무 커졌기에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에는)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나, 우리나라와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이 예견된 시장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의 후회처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최근 개인들의 초단타 매매 투기 수단으로 변질된 상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역방향) ETF 16종목 가운데 가장 거래가 많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ETF는 각각 24% 이상 폭락했다. 그럼에도 이들 종목은 상장 이후 22일까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명단을 휩쓸었고, 거래대금도 하루 평균 총 10조 원 이상을 기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하루 평균 매매 회전율은 122.5%에 달했다. 이는 하루에 전체 주식이 한 번 이상 주인을 바꾼다는 뜻이다. 이들 상품의 회전율은 최고 2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월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꼬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몸통인 뉴욕 증시 전반을 흔드는 장세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분기점은 24일 장 마감 뒤 나올 마이크론의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 수급으로 흔들리는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주 주가 흐름이 마이크론을 계기로 실적 장세로 조금은 전환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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