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채워놓으면 잘 차려지는 LG 밥상

심진용 기자 2026. 6. 2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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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부진·부상…연이은 공백에도
뎁스의 힘 발휘해 선두 독주 채비
(왼쪽부터) 송찬의·문정빈·장현식

계획대로 풀려가는 게 거의 없는데도 어떻게든 극복해 낸다. ‘디펜딩 챔피언’ LG가 가진 ‘뎁스’의 힘이다. LG가 잠실 라이벌 두산과 3연전을 쓸어 담으며 선두 독주 채비를 꾸렸다. 2위 KT와 어느새 3경기 차까지 간격을 벌렸다.

LG는 22일까지 45경기 26패 승률 0.634를 기록 중이다. 개막 2연패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곧장 태세를 정비했다.

돌발 변수는 수도 없이 발생했다. 팀 기둥이던 김현수의 이적 공백을 문성주와 이재원으로 메우려 했는데 문성주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고, 이재원은 1군에서 자리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문보경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여파로 부상에 시달렸고, 홍창기·신민재도 정상궤도를 찾지 못했다.

투수진도 사정이 좋지 않았다. 손주영이 부상으로 빠진 채 시즌을 시작했고, ‘노 블론’ 행진을 이어가던 마무리 유영찬이 빠졌다. 개막전 선발 요니 치리노스는 8차례 등판을 끝으로 방출됐다. 여느 팀 못지않게 엔트리 변동이 잦았다. 흔히 말하는 ‘완전체’ 전력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LG는 꾸준히 승수를 쌓았다. 4월, 5월 모두 월간 승률 6할 이상을 달렸다. 6월 역시 이날 기준 12승 6패, 승률 0.667이다.

두꺼운 선수층의 힘이 고비마다 LG를 건져 올리고 있다. 주축 타자들이 집단 난조를 보이던 4월, 천성호와 송찬의가 맹타를 휘두르며 팀 득점을 책임졌다. 이들의 페이스가 떨어지자 박동원, 오지환 등 부진하던 주전 자원들이 타격감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문정빈까지 2군에서 올라와 새 활력소 역할을 했다. 5월 문정빈은 홈런 2방에 OPS 0.932를 기록했다.

마운드 수선과 정비도 시즌 3개월 동안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무리 유영찬의 공백을 ‘10승 선발 손주영으로 틀어막았다. 불펜에서는 우강훈과 김진수가 배턴을 이어받듯 튀어나와 활약했다. 대체 선발 기용이 줄줄이 실패로 돌아가며 선발 우려가 나오자 셋업맨 장현식을 롱릴리프로 기용하는 파격으로 맞섰다. 장현식은 지난 17일 KIA전 6년 만에 선발 등판해 4.2이닝 2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가진 자원의 양과 질에서 LG는 다른 팀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면에서 염경엽 LG 감독은 호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염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LG가 뎁스의 힘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시즌 초반 수비 불안을 감수하고도 천성호를 꾸준히 선발 3루수로 기용하며 타선의 화력 저점을 유지했다. 송찬의, 문정빈의 기용도 가진 계획대로 풀어나갔다. 손주영을 마무리로 돌리고, 장현식을 선발로 올리는 승부수 역시 쉽게 내릴 수 있는 선택은 아니었다. 수시로 미션이 달라지는 ‘요리 서바이벌’에서 계속해서 숨은 재료를 찾아내 어떻게든 ‘파인 다이닝’ 수준의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올해의 LG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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