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의 교훈, 중도는 허상이 아니다 [프리스타일]

지난 5월 초 재선거가 이뤄지는 경기 평택을 지역을 취재할 때의 일이다. 김용남·유의동·조국 세 후보가 거리 인사를 하는 일정을 지켜보았다.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이 나타나자 선뜻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응원한다” “잘되시라”며 악수를 나누는 이가 꽤 있었다. 당연히 지지자일 것이라 생각하고 명함을 받아 든 이들에게 다가가 물었다가 예상치 못한 답을 들었다. “실은 제가 다른 정당을 지지해서….” “글쎄, 아직 고민 중인데 잘 모르겠다. ○○○ 후보(다른 후보) 뽑으려고 한다.” 세 후보 유세 중 모두 이런 경우가 있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민심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구나 새삼 실감했다.
선거철이 아니면 이렇게 유권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여론조사 숫자로 포착되지 않는 민심은 생각보다 훨씬 입체적이었다. “민주당 정권이니 보수도 좀 있긴 해야 하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보수가 잘한다는 생각은 안 들고, 그렇다고 민주당을 밀어주자니 한쪽으로 치우칠 것 같아서….” 고덕동 상가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방금 전 받은 한 후보의 명함을 매만지며 말했다. 평택을의 5자 구도를 둘러싼 분석과 전망을 담느라 막상 기사엔 쓰지 못했는데, 선거 결과를 보고 나니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민심이 무섭다.’ 정치권에서 흔히 회자되는 이 말의 효력을 지난 1년 동안 자주 의심했다. 적어도 여의도 정치 안에서 중도층이 확장될 공간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가 하나의 계기였다. 양당 모두 더 강경한 후보가 대표로 뽑혔고 그에 따라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커졌다. 내란 이후 국회라는 특수성을 이해하면서도 결국 ‘내 편’의 인기를 얻는 정치가 득세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가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종종 나왔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들은 얘기는 비슷했다. 양당 대표 모두 ‘중도는 허상’이라는 전제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정치 기사 쓰기가 점점 고난스러워지던 차, 6·3 지방선거 결과가 나왔다.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에 지방 권력을 몰아주지 않는 교차투표를 했다. 절묘한 견제와 균형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크다. 구체적인 해석이 뒤따라야겠지만 전국 선거 결과를 모아놓고 보면 과소평가되던 스윙보터들이 정치권에 보내는 경고 같기도 하다. 선거의 본질은 ‘51%의 다수파’를 만드는 일이고 결국 중도층을 잡지 못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웃을 수만은 없는 성적표를 두고 해석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대표 두 명만은 ‘패배했다’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양당 정치에 남긴 고민이 무겁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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