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 플랫폼에 방울을 달 것인가

1966년 평화시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던 열여덟 살 전태일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사장은 자신이 만든 옷의 수량에 따라 월급을 준다고 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할 때는 단가는 입도 떼지 않았다가, 다 만들고 나서 월급을 줄 때가 돼서야 슬며시 얼마라는 거다. 추석이나 설 같은 대목에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아동복 바지를 월평균 곱절을 더 만들어도 사장과 재단사가 입을 맞춰 단가를 낮게 매겨버리니, 월급은 1.5배도 안 되는 실정이었다.
오늘의 사장은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대리운전·배달 플랫폼은 실시간으로 주문량과 접속 기사수를 파악하고, 두 숫자에 따라 건당 단가를 실시간으로 바꾼다. 기사가 많으면 단가를 내리고, 주문이 몰리면 할증을 얹는다. 옛날 사장이 일이 끝난 다음 '적당히' 단가를 정했다면, 오늘의 플랫폼은 알고리즘 뒤에 숨어 노동자가 볼 수도 알 수도 없는 방식으로 '노동력의 대가'를 매긴다.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데 데이터가 없다고?
올해 처음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도급제 등으로 임금을 정하는 근로자에 대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따로 정할지 여부"가 논의됐다. 노동부가 최저임금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노사정이 논의를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부결 소식은 더욱 허탈했다. 노사정 각 입장에서 치열하게 부딪치는 논쟁을 기대했다. 실제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모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데이터 부족'이라는 사유는 맥이 빠진다. 플랫폼이야말로 데이터의 보고 아닌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데이터센터는 뭐 하라고 있는 건지….
시간제가 아니라 건당이나 성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의 어려움 중의 하나가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사장님에, 어느 순간 '빌런'으로 돌변할지도 모를 손님에, 각자도생에 내몰린 동료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오로지 체력과 억척만이 생존의 수단이다.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계산해 보니 자신이 한 시간에 30위안, 분당 평균 0.5위안씩 성과를 내야 했다. 갈수록 비용의 관점에서 시간을 따지게 됐다. 이를테면 1분이 0.5위안이므로 화장실이 무료라도 2분은 걸리니 소변 보는 비용은 1위안이다. 화장실 가는 횟수를 줄이려고 물도 거의 마시지 않았단다. 이쯤 되면 대체 누가 시간의 주인인가.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해야
북경의 택배기사 후안옌은 인간성을 시험받는 상황에서 글을 쓰면서 생존의 품위를 도모했다. 우리 곁에도, 동료들과 함께 파도를 넘으며 전태일처럼 인간 존엄과 노동의 긍지를 지키고자 애쓰는 노동자들이 있다. 노동조합, 유니온, 공제회 같은 조직을 꾸려 맞서는 이들이다.
부산 카부기공제회의 여성 대리운전 기사들은 남성 대리운전 기사들보다 수입이 평균 30%는 높은데, 서로 지켜주고 끌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객과 마찰이 생겨 실랑이를 벌이게 되면 감정의 상처 이전에 그 시간만큼 일을 못 하는데, 베테랑 언니에게 전화 한 통화 걸면 슬기롭게 빨리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외진 곳으로 콜이 들어오면 돌아오는 게 난감해서 받을 수 없는데, 단체방 소통을 통해 서로 태워주면서 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해준다. 선배와 동료가 어울릴 조건이 안 되는 현장에서, 버티기 힘든 곳에서 버틸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노동을 모색하는 몸부림이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이미 스스로 답을 찾고 있다. 노동자들이 각자도생을 넘어 서로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 사회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만드는 일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올해는 싱겁게 끝났더라도, 내년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제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자. 누가 저 플랫폼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mgpark2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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