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노동자도 양질의 안전교육 받아야

최근 거제고성통영 노동건강문화공간 새터와 거제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진행한 산업안전보건 교육에 직원들과 함께 참여했다. 새터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노동단체이고, 거제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거제시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관이다. 새터는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무료 산업안전보건 교육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고 관련 예산은 전액 노사발전재단에서 지원된다고 한다.
교육은 기대 이상이었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전문 강사가 하는 강의라 현장감이 있었다. 강의는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관리와 해소, 중장년 노동자들의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간단한 간식까지 준비해 교육생들을 배려하는 세심함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넘었다. 부임 직후부터 "무료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해주겠다"는 단체들의 팩스와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부 지원사업인가 싶었다. 그러나 직원들을 통해 확인해 보니 상당수는 교육을 명목으로 건강식품이나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이전에는 교육에 참석한 직원들 대부분이 수십만원에 이르는 건강식품을 구매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교육은 무료였지만 결국 비용은 노동자들이 부담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외부 무료교육을 받지 않고 관리사무소 자체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매달 산업안전보건 관련 자료를 확보해 교육을 진행해 왔지만,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강사의 교육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이번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산업안전보건 교육은 단순히 법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소규모 사업장, 사회복지시설, 문화센터, 비영리단체 등은 교육예산과 전문인력이 부족해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 틈을 이용해 일부에서는 무료교육을 빙자한 상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경비원, 미화원, 시설관리원 등 고령 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일수록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판매의 대상이 되기 쉽다. 교육이 끝난 뒤 판매 설명회가 이어지고, 충동구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산업안전보건 교육의 또 다른 문제는 현장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주택 관리사무소만 보더라도 시설관리원은 전기설비와 승강기, 예초기 작업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경비원은 폭언과 감정노동, 낙상사고 위험에 직면해 있다. 미화원은 근골격계 질환과 화학세제 노출 위험이 크고, 관리직원은 민원 응대와 직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 교육은 단순히 법정 교육시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업종과 직종의 특성에 맞게 구성돼야 하며, 강사 또한 해당 현장을 이해하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교육이 높은 호응을 얻은 이유 역시 현장의 현실과 노동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짚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첫째, 노사발전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영세사업장 대상 무료 산업안전보건 교육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둘째, 거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도 이러한 사업 모델을 적극 도입하여 지역 내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소규모 사업장,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시설 노동자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산업안전보건교육 현장에서 상품 판매나 영업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업종별·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전문 강사 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좋은 정책은 현장에서 증명된다. 이번 새터와 거제시 비정규직지원센터의 교육 사례는 정부 지원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만나면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수준 높은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많은 사업장이 활용하기를 권한다. 아울러 거제시와 정부가 이러한 사업을 더욱 확대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무료교육을 빙자한 상행위에서 고령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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