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또 “근로자도 산재책임 져야”

김학태 기자 2026. 6. 2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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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법에 노동자 의무 명시, 징계 가이드라인 주장 … 노동계 “근거 없이 산재책임 노동자에 전가 되풀이”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재계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하자고 요구했다. 노동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산재가 발생하면 노동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책임을 노동자에 전가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가 법개정 이유로 내세운 근거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근로자 안전수칙 미준수가 산재 원인"

한국경총은 23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근로자의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많은 기업들이 산재예방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나, 정작 중대재해 감축 추세는 정체돼 있다"며 "산업안전보건 정책상 산재예방의 중요 주체인 근로자의 의무와 책임 제고 노력은 부족한 상태에서 사업주 처벌과 책임 강화에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산재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어 법·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구체적인 제도개선책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보호구 착용 △위험구역 출입금지 △방호장치 임의 해제·훼손 금지 △안전작업 절차 준수 같은 근로자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총이 제조·건설업을 포함한 1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재 원인으로 '근로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를 지목한 비율이 58.5%인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계는 노동자에 안전수칙 준수에 대한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데 머물지 않고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징계권 강화도 주장했다. 안전활동 우수자를 포상하고, 안전수칙 위반자는 징계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총 조사결과 안전수칙 위반자에 대한 징계제도를 갖춘 기업은 41.9%다. 경총은 "개별기업이 노조와 갈등을 겪으며 안전수칙 위반자에 대한 징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노사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객관적이고 명확한 징계 기준 및 절차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사고사망 고위험요인(SIF) 발굴 및 개선제안, 아차사고 보고 및 개선제안 등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사업장 안전활동을 안전보건교육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경총 스스로도 "작은사업장 안전인력·시스템 부족"

노동계는 경총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경총의 분석과 주장은 대기업에 한정됐다는 주장이다.

최종환 한국노총 대변인은 "50명 미만 사업장을 포함한 중소영세 사업장의 경우 여전히 생산 중심의 경영 여건 속에서 안전보건 관리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영세 사업장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책임 강화와 제도 개편만을 강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총도 보고서에서 "300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안전수칙 미준수 비율이 평균을 상회한다"며 "중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전담인력 부족으로 관리자의 현장감독 한계 및 안전보건 시스템 부재 등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작업절차 미준수, 보호구 미착용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 위반 문제 역시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주가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충분한 교육 및 관리·감독 등 책임 있는 산재예방 활동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 주장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노동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산재 책임을 지고 처벌받거나 징계받는 일도 잦다는 것이 노동계 분석이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이미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처벌받는 일은 비일비재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관리감독자를 선정해 모든 책임을 지우고 있다"며 "산재 책임을 노동자에 전가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 때 추진하다 중단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다시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경총 조사결과 기업의 58.5%가 최근 3년간 발생한 산재 원인으로 '근로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를 꼽은 것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총 스스로도 보고서에서 "응답 내용에 대한 증빙서류를 요청하지는 않았으며, 응답 기업 중 산재 원인을 통계적으로 분석·관리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경총은 노동자들이 가장 자주 위반하는 안전수칙 중 하나로 '2인1조 작업 단독수행이라고 주장했는데 과연 노동자들이 알아서 2인1조 작업을 위반하는지, 아니면 사용자가 인력을 뽑지 않아서 그런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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