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엔 여야 없다"는 이 나라, 22년 만에 韓 GDP 추월
TSMC 넘어 설계·소재·장비 기업까지 동반 성장
대만, '실리콘 실드' 공감대 속 초당적 정부 지원

한국과 대만은 모두 반도체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촘촘한 산업 생태계였다.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이 TSMC라는 개별 기업을 넘어 수천 개 공급망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기업과 가계 전반의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그는 대만 반도체 산업의 차별점으로 고임금 일자리와 엔지니어 소비력이 자체 생태계를 바탕으로 국내에 머물며 민간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목했다. TSMC를 중심으로 설계·소재·장비·건설 분야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면서 반도체 호황의 과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바라보는 대만 사회의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 반도체를 단순한 주력 산업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직결된 전략 자산, 이른바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관련 법안에 있어서 만큼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대만 정치권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국가 안보 과제로 보고 관련 정책을 초당적으로 추진한다.

류 총감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바라보는 집단적 인식은 대만 정치권의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관련 정책과 입법이 매우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배경"이라며 "반도체 기업의 부지 확보와 세제 감면, 규제 완화 등의 사안에서는 정부 부처가 사실상 패스트트랙을 가동해 기업의 투자 속도에 맞춰 행정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K-반도체 생태계 구상의 중심지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난 2019년 발표 이후 용수 공급 문제와 송전선로 건설, 환경영향평가, 지방정부 간 협의 등이 맞물리며 착공까지 5년 이상이 걸렸다. 정부의 조정 능력과 정책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류 총감은 "한국은 대기업·지방정부·국회·규제기관 간 이해관계 조정이 훨씬 복잡하고 중앙정부의 조정력 역시 대만처럼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인프라와 인재를 공급하고 기업이 투자와 기술 혁신에 집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AI 공급망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특정 분야에 편중된 생태계에 대한 경고도 제기된다. 류 총감은 "메모리 반도체는 본질적으로 경기와 공급·수요 사이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상품으로 이 분야에 편중된 한국을 경기 급등락에 취약하게 만든다"며 "HBM이 한국에 단기 호황을 가져다주고는 있지만, 첨단 파운드리와 선단 공정 등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갖지 못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결국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고급 조연'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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