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약에 쏟아진 우려…“31만호 공급하면 30만가구 쫓겨난다”
대규모 이주로 전·월세가 오르는 ‘공급의 역설’
“오세훈보다 정비사업 더 많이 추진한 박원순
한꺼번에 철거로 주택 ‘순감’…같은 실수 안 돼”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는 2031년까지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31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을 두고 오히려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3일 국회에서는 용혜인·윤종오·차규근·한창민 의원과 국회입법조사처, 참여연대,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대규모 정비사업의 문제점과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 대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 시장이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내건 ‘2031년까지 31만호 공급’ 공약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대규모 정비사업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면 기존 주택이 한꺼번에 철거되어 주택 수가 오히려 줄어들고, 그 결과 전·월세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31만호를 새로 짓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 30만호 이상이 철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멸실되는 22만호 중 2만2000호가 다가구주택으로 추정되는데, 다가구주택 호당 평균 5세대가 거주한다고 하면 11만세대”라면서 “통계상으로는 22만호가 철거되지만, 실제로는 30만8000세대의 저렴한 주거지가 철거되어 사라진다”고 말했다.
재개발 구역에 사는 주민 대부분이 세입자이고, 이들이 살던 곳에 재정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2009년)에 따르면, 뉴타운·재개발 구역의 세입자 비율은 평균 72.5%다.
이 연구원은 “보통 정비사업 구역에서 거주하는 주민의 다수는 세입자”라며 “그러나 (정비사업) 추진과 결정 모든 과정에서 세입자는 배제되고, 축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사업의 구조 자체가 다세대·다가구 등 저렴한 저층 주택을 비싼 아파트로 바꾸는 방식이기 때문에 집값과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주택 순증 효과는 미미하고, 저렴한 주택이 고분양가 아파트로 변화하며, 추진 과정에서도 대규모 이주 수요로 전·월세가 상승을 초래한다”며 “주택공급론의 역설”이라고 비판했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과거 착공 실적을 보면 박원순 전 시장이 오세훈 시장보다 오히려 정비사업을 더 많이 추진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너무 한꺼번에 많이 철거해서 주택을 순감시켰던 박원순 전 시장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서울 전체 정비사업 일정을 1년씩 순차적으로 늦추거나, 단지별로 공사 시기를 조율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시기만 잘 조정해도 전·월세난 없는 정비사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집값이 비싼 지역에서만 재개발·재건축이 가능한 현재의 정비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 대표는 “조합은 임대가 아닌 분양으로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분양 마진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며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만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대규모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주 혼란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임대차 환경 영향 평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대규모 정비사업장의 경우 교통영향, 환경영향 등 평가를 하고 있는데 임대차 환경 영향 평가 도입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이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주 수요가 증가해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서울시 도시정비사업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2~2025년 정비사업으로 주택 31만가구를 공급했지만, 이 기간 멸실 가구 수도 26만가구에 달했다. 경실련은 “이주가구들이 서울 내 인근 지역이나 경기로 이동하면서 전·월세 시장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했다.
경실련은 이재명 정부 또한 “무제한 매입임대 확대, 비주택 리모델링 시행, 정비사업 활성화 등 전월세시장 안정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아파트 저층 주거지는 재개발 대상’이란 프레임에 갇혀 재개발 논의는 활발하지만, 저층 주거지의 환경을 개선하고 주거를 유지·강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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