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온다] 장마 오는데…“우리집 뒷산이 위험하다고?” [취재후]

장마철이 임박했습니다. 장마 취재를 준비하며 무엇보다 우려했던 재해는 산사태였습니다. 최근 10년 호우 인명피해를 분석했더니 산사태와 토사 유출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취재를 앞서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서울과 경기 지역 산사태 위험지역을 직접 둘러봤습니다. 산지와 인접한 곳이면 도심 한가운데 아파트와 학교, 주택가까지 안전지대는 없었습니다.
과연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수도권 도심 속, 우리 집 뒷산은 안전할까요? 뉴스에 다 담아내지 못한 위험천만한 현장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연관 기사] [[장마가 온다] “뒷산이 위험하다”…도심도 산사태 비상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90756
■ 뒷산이 무너지면…"학교도 주택가도 뒤덮을 수 있어"
취재진은 국립산림과학원 이기환 연구원과 함께 산림청 산사태 위험지도에서 1·2등급으로 분류된 서울·경기 지역 위험지 10여 곳을 직접 찾았습니다.

서울 은평구 한 학교 뒷산의 모습입니다.
장마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빗물에 흙더미가 무너져 내린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경사가 30도 이상으로 가파른 데다 살짝 발로 디디기만 해도 돌과 흙이 무너져 내리는 위태로운 모습이었습니다.

학교 방향까지 따라 내려가 보니 이곳에서부터 운동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10m 남짓이었습니다. 문제는 거리만이 아닙니다. 경사면과 운동장 사이에는 좁은 등산로와 울타리 하나만이 완충 지대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구원은 많은 비가 내릴 경우 학교 운동장까지 토사가 덮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산사태 취약지역을 찾았을 땐 더 놀라웠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동네 뒷산처럼 보였지만 입구에서 걸어 들어간 지 3분 만에 산사태 흔적이 드러났습니다. 산 아래로는 주택가가 빽빽하게 들어선 곳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이 연구원은 "과거 이미 산사태가 발생했던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속 계곡을 따라 쌓인 큰 돌과 주변에 형성된 퇴적 지형을 보고 산사태가 발생한 뒤, 큰 돌을 제외한 작은 돌이나 흙 등이 시간이 지나며 씻겨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지역 역시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민가 피해가 우려됩니다."
걱정 섞인 설명도 방송 인터뷰에 담겼습니다.
■ 산사태 속도, 시간당 70km 이상…"주변 2km까지 위험권"
우려가 큰 이유는 상상을 초월하는 산사태의 이동 속도와 거리 때문입니다.

2011년, 서울 도심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토석류가 밀려 내려온 속도는 무려 초속 20m, 시속으론 70km가 넘었습니다. 산사태 발생 지역에서 700m가량을 이동해 산 아래 아파트를 덮치기까지 걸린 시간은 수십 초에 불과했습니다.
이동 거리는 발생한 곳으로부터 최대 2km에 이릅니다. 이 연구원은 주택이나 학교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토석류가 운동에너지를 보존한 채 밀려들기 때문에 그 파괴력은 더 강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문제는 산사태 발생 위험을 높이는 극한호우입니다.
일반적으로 하루 강수량 100mm, 연속 강수량 200mm 이상 호우가 쏟아지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됩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지난해만 해도 불과 한 시간에 100mm 이상 극한호우가 관측된 곳만 무려 15곳이었습니다.
최근과 같은 극한호우 앞에서는 장기간, 많은 비가 내리면 그 어느 산도 안전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 현장 직접 가보니…"돌산보다 흙산이 위험"
취재진이 주로 확인한 곳은 산림청의 '산사태 위험지도' 상 위험이 높은 '1·2등급지' 였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된 곳입니다.

산사태 위험지도는 산의 경사와 흙이 쌓인 정도에 따라 위험도를 '매우 높음'부터 '매우 낮음'까지 5등급으로 구분하는데, 서울에선 북한산과 인왕산 일대 산 중턱에서 정상부를 따라 위험도 높은 '1·2등급지'가 분포해 있습 니다. 산기슭으로 내려올수록 경사가 완만해지며 3~5등급이 나타나는 곳이 많았고, 일부 지역으론 아파트나 학교에 1등급지가 맞닿아 있는 모습도 확인됩니다.
'1·2등급지'가 많은 북한산과 인왕산을 먼저 찾았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살펴보니 대부분 경사가 급할 뿐 쌓인 흙의 깊이가 얕았습니다. 일대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돌산'이기 때문입니다. 산 위에서 쓸려내려온 토사가 아파트나 주거단지를 덮칠 위험이 높은 곳은 많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원은 "산사태나 토사 유출 시 위험성을 결정하는 건 흘러내릴 수 있는 토사의 양"이라며, " 한강 이북에는 북한산과 인왕산 등 화강암 기반의 산이 많아, 대부분 쌓인 흙의 깊이가 50cm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진이 둘러본 1등급지 주변 아파트 현장 곳곳에는 조경석인 석축과 옹벽이 절개지를 지탱하고 있었고 토사 유출에 대비한 '완충 지대'가 마련된 곳도 많았습니다. 이 연구원은 "재해영향평가 과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산사태와 토사 유출 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위험지도만으로 실제 위험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산림청도 "산사태 위험지도는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나타낸 자료"라며 "같은 등급이라도 지형과 시설 여건에 따라 위험성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 여전히 위험한 '우면산'…"사방시설로 큰 피해 막아"
물론 1·2등급지 중 흙이 많은 산은 위험합니다. 우면산도 그중 하나입니다.

한강 이북의 화강암 '돌산'과 달리 편마암 기반의 '흙산'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을 살펴본 이 연구원은 토심이 깊고 계곡부를 따라 급경사지가 위치하고 있어 많은 비가 내리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4년 전인 2022년 8월, 서울 남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100mm 이상의 폭우가 내렸을 때 우면산에선 11년 전과 같은 곳에서 다시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사방 시설을 설치한 구간에선 토석류를 막아내 예전 같은 대형 피해를 막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공군 부대가 위치한 산 반대편으로 넘어가자, 사정이 달랐습니다.

산사태 취약지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자 30도 이상의 급경사지와 발이 푹푹 빠질 정도의 깊은 흙길이 나타났습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석류를 막을 시설은 없었고, 계곡 아래에 위치한 마을의 산사태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사방시설이 산사태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산사태 취약지역 '서울에만 471곳'…올 장마철도 위험하다

산림청이 관리하는 전국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3만 4천여 곳. 이 가운데 서울에만 471곳, 수도권 전체로는 3천 100여 곳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한번 발생하면 눈으로 보고 피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덮치는 산사태. 결국 가장 중요한 대책은 사전대피입니다. 올 장마철에도 극한호우가 잦을 거로 예상되는 만큼 산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다면 우리 동네가 산사태 위험지역은 아닌지 미리 확인하고, 재난문자가 발송될 경우 즉시 피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확인할 여유가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면 산사태 전조 증상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돌이 굴러내리거나 물이 솟구치고 나무가 갑자기 흔들리는 모습은 대표적인 산사태 징후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찾은 위험지역들은 대부분 학교와 아파트, 주택가 바로 뒤편에 있었습니다. 올 장마철, 우리 집 뒷산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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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흠 기자 (hm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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