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반도체 초과세수, 독립기금에 넣어 생산적 사업 투자해야"
[편집자주]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시대가 다가온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의 초호황 덕이 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6만달러대 독일, 10만달러대 싱가포르의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우리에게 적지 않은 변화가 필요하다. 일시적 소득을 자산으로 바꿔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의 기업과 노조, 정부와 시장은 과연 미래를 위한 합창을 부를 수 있을까.

유네스코 '과학에 대한 권리'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티모 민센 코펜하겐대 생명과학혁신법 고등연구센터 소장은 22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IP(지적재산) 중심 국가에게 결정적인 질문은 '누가 특허를 소유하는가'가 아니라 그 특허를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할 제도적 역량을 갖고 있는가"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등 제조업에서 세계적 역량을 갖춘 한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면 '제품을 잘 만들어 수출하는 국가'를 넘어 지식재산(IP) 등 무형자산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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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를 만든 노보노디스크는 당뇨·비만 치료제, 레고는 브랜드와 디자인, 베스타스는 풍력터빈 기술, 칼스버그는 맥주와 생명과학 기술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했다. 이들 기업은 장기간 축적된 R&D 성과를 바탕으로 브랜드, 기술 노하우, 데이터, 특허 등 무형자산을 확보했고 이를 활용해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덴마크 기업들이 장기적인 R&D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은 기업재단이다. 매슨 참사관은 "칼스버그, 노보노디스크, 룬드벡, 그런포스 등은 모두 기업재단을 갖고 있다"며 "기업은 수익의 일부를 재단으로 보내고 재단은 회사를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지배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일반 주주가 아니라 재단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더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민센 소장은 "무형자산은 특허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연구자와 대학, 기업, 자본, 법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라며 "TTO는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니라 과학과 자본, 시장 사이의 번역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형자산은 법적 권리, 과학적 우수성, 인내자본,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규제 역량, 공공·민간 협력, 글로벌 상업화가 정렬될 때에만 국가적 부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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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제프리스 전 보츠와나 중앙은행 부총재는 보츠와나의 실패 요인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보츠와나는 1960년대 후반 다이아몬드 광산 발견 이후 광물 수익을 교육, 보건, 인프라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고성장을 거듭하며 '자원의 저주'를 피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역성장을 겪은 이후 아직 예전의 성장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제프리스 전 부총재는 "공공투자가 미래 소득을 만들려면 높은 수익률을 내는 프로젝트에 투입돼야 한다"며 "보츠와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공공투자 심사와 우선순위 설정의 규율이 약해졌고, 일부 투자는 경제적 효과가 낮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적자본 투자와 생산성 사이의 단절을 지적했다. 제프리스 전 부총재는 "교육 투자 규모가 컸음에도 민간 부문에서는 여전히 기술 인력이 부족했고 교육받은 청년층의 실업률도 높았다"고 말했다.
제프리스 전 부총재는 일시적 초과수익을 생산적 자산으로 바꾸려면 엄격한 규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 산업에서 발생한 예상치 못한 수익을 정치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수익률은 낮은 사업에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규정은 최대한 엄격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법률로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프리스 전 부총재는 초과세수를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독립적인 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초과세수를 일반재정에 섞어두면 반복 지출이나 단기 보조금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다. 제프리스 전 부총재는 "일정 부분은 순수 금융투자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특정 생산적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되는 초과세수는 미래세대를 위한 사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아 기자 roms12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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