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 외면한 최저임금위…업종별 차등화 시급
실태조사·시범적용, 성의 보여야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 2027년 최저임금에도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용자 측이 편의점 등 일부 업종에 한해 3년간 차등화를 시범적용하자는 절충안을 냈지만 노동계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다. 농업계가 요구해온 업종별 차등화 역시 또다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정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 적용 시 ‘저임금 업종’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우려된다는 최저임금위의 기존 입장을 그대로 보여준 결정이다.
이제 더 직접적인 문제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인상폭이다. 노동계는 고물가로 인한 노동자의 실질임금 저하를 보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올해 시급 1만320원보다 16.3% 오른 1만200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아직 사용자 측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노사간 큰 입장차가 예상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동자의 생계 보장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별 지불 능력과 현실을 외면한 획일적 인상은 국내 산업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중 경쟁력이 취약한 농업부문의 타격은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농업은 제조업·서비스업처럼 인건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더구나 시설채소·과수 등은 생산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에 달하고, 고령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는 실정이다. 특히 계속되는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로 인해 비료·사료 가격은 물론, 전기요금과 유류비까지 급등하는 상황에 인건비마저 급격히 오르면 많은 농가가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결국 경영악화는 농업 포기를 초래하고, 식량안보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최저임금위는 더이상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화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저임금 업종’이라는 사회적 낙인은 기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방치할 경우 고용시장 악화와 일자리 소멸, 더 나아가 농업부문을 비롯한 취약 업종의 파탄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을 충분히 헤아려 당장 모든 업종의 최저임금 차등화가 어렵다면 취약 업종에 한해 실태조사와 시범적용이라도 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는 공감하기 어려운 최저임금 제도의 신뢰를 높이는 첫걸음이자, 지속 불가능한 위기에 처한 농업·농촌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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