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정점과 똑같다"…삼전닉스 '동반 폭락', 개미만 8조 담은 '피의 화요일'

문영진 2026. 6. 2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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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전 거래일(9114.55)보다 910.71포인트(9.99%) 하락한 8203.84에 장을 마감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9000선을 돌파했던 국내 증시에 '검은 화요일'이 덮쳤다. 하루 만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국내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의 역대급 투매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7년여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9.99% 폭락한 8203.8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 역시 7.94% 급락한 891.52로 마감하며 9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시장의 충격은 개장 이후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오전 11시 30분경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에서 잇따라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된 데 이어, 오후 2시 33분에는 코스피가 전일 대비 8% 이상 급락하며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모든 매매가 중단됐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동시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이달 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폭락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가 주도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 1203억 원, 4조 5477억 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 홀로 8조 5783억 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삼성·SK하이닉스, 외국인 지분율 13년 만에 최저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대장주들의 타격이 가장 컸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12.47% 하락한 255만 5000원에, 삼성전자는 12.31% 내린 31만 원에 각각 마감했다. 두 종목 모두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이러한 폭락의 배경에는 외국인의 거센 '팔자' 행진이 자리하고 있다. 22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7.52%로, 2013년 8월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대규모 매물 출회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둔 현금 확보 수요와 그간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리스크 및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 대외적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이날 증시 폭락과 맞물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최근 발간된 하나증권의 보고서가 다시금 화제로 떠올랐다. 전날 SK하이닉스가 25년 7개월 만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추월하는 이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실적 규모의 역전이 없는 상태에서 기대감과 주가 과열만으로 시총 1위가 바뀌는 현상은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쳤을 때와 같은 버블의 정점이자 붕괴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약 363조 원)이 SK하이닉스(263조 원)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 모멘텀만으로 시총 1위가 뒤바뀐 것은 강세장의 종료 신호라는 분석이다.

다만,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코스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만큼, 이번 폭락을 추세적 하락장 진입보다는 단기간에 누적된 과열을 해소하는 조정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는 오는 25일 예정된 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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