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끼 잃은 엄마 벨루가도 수출 대상… 거제씨월드, 중국 재수출 4번 막힌 이유는
재수출 대상엔 최근 출산한 암컷 벨루가도 포함

경남 거제시 수족관 시설 거제씨월드가 벨루가(흰고래) 세 마리를 중국 수족관으로 보내기 위해 네 차례에 걸쳐 재수출을 시도했지만 환경청이 모두 제동을 건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청은 해당 수족관의 공연 운영 여부와 국제협회 가입 기재 내용 등이 사실과 다르거나 부실하다며 신청을 반려했다. 거제씨월드는 "사실과 다르다"며 환경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23일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거제씨월드는 사육 중인 벨루가 세 마리에 대해 지난해 3월, 7월, 10월, 11월 등 네 차례에 걸쳐 국제적 멸종위기종 재수출허가를 신청했다.
환경청이 네 차례 반려한 이유는

환경청이 1차 재수출허가 신청을 반려한 이유는 서류 부실이었다. 거제씨월드는 중국 하이난의 벨루가 사육 시설을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 및 유럽멸종위기종보호 프로그램(EEP) 가입 회원사로 기재했지만 환경청은 해당 협회의 홈페이지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 (거제씨월드는 3차 신청 때 EAZA 회원사 내용을 자체 삭제해 제출했다.) 또 사육 시설의 일부 수의사 및 사육사 정보가 부실하다고 판단했다.
2차 신청에 대해서는 제출된 서류가 거짓이라고 봤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관련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재수출하는 경우 '최종 목적지의 시설 또는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환경청은 허가 신청서에 "벨루가 공연과 관람객과의 근거리 상호작용이 없다"고 기재돼 있지만, 중국 수족관의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확인한 결과 만지기, 공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거제씨월드가 그동안 고래류를 공연하지 않는 시설로 보내겠다고 밝혀온 내용과 배치된다. 환경청은 "흰고래 운영 관리 기준이 국내에 부합하지 못하여 동물복지 침해 및 CITES 협약 결의문에 따라 재수출허가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3차 신청 때 역시 반려 처분 사유를 해소하지 않고 동일한 내용으로 제출했다고 판단했다. 환경청은 거제씨월드가 추가 자료로 상업적 목적 활동에 동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했지만 중국 수족관이 확약서대로 이행할지 알 수 없고 미이행할 경우에도 우리 정부가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환경청은 "하이난 내 다른 수족관에서 흰고래를 상업적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수입자가 흰고래 추가 도입 후 상업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4차 신청 때는 기존 환경청이 서류 누락, 거짓 작성 등 지적했던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반려했다.
현재 거제씨월드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국제적 멸종위기종 재수출 허가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창원지법에 냈다. 해당 소송의 변론 기일은 오는 7월 23일이다.
거제씨월드는 한국일보에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더 좋은 서식 환경을 갖춘 해외 수족관을 최적의 장소로 발견하고 수출허가를 요청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반려 조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는 실무경험 부족으로 반려된 경우 인허가 당국의 요청에 따라 서류를 보완 제출했다"며 "서류 부실, 거짓 작성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해당 중국 수족관이 벨루가뿐 아니라 돌고래, 바다사자 등도 만지기, 공연 등의 운영행태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거제씨월드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환경청의 지적대로 상업적 이용 금지 확약을 받더라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이슈행동팀장은 "고래류 신규 보유를 금지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은 새로운 개체의 반입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수족관에 있는 고래류도 더 이상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담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체험과 쇼에 이용당할 위험이 있는 중국 수족관으로 고래를 보내려고 하는 거제씨월드의 시도는 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벨루가 임신 사실 알고도 재수출 추진했나

이번 재수출 대상에는 이달 4일 출산한 지 사흘 만에 새끼를 잃은 엄마 벨루가도 포함돼 있었다. 문 의원이 환경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거제씨월드는 신청서에 해당 암컷 벨루가의 임신 사실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벨루가의 임신 기간이 14, 15개월임을 감안하면 임신 시기는 지난해 3, 4월로 추정되기 때문에 거제씨월드가 임신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재수출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양동물 전문 수의사들은 거제씨월드가 "혈액 및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정기 검진을 진행한다"고 이전에 밝힌 만큼 재수출 신청 당시 임신 여부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해양동물 전문 송승빈 수의사는 “초음파 및 호르몬 검사 등 정상적인 정기검진이 이뤄졌다면 늦어도 출산 8~9개월 전부터는 임신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동물 전문 수의사인 이영란 플랜오션 대표도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면 그것 역시 사육 관리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신한 고래류를 장거리 이동시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클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
이에 대해 환경청은 "국제적 멸종위기종 재수출 신청 시, 대상 개체의 임신과 관련된 별도 규정은 없다"면서도 "과학 당국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되어 있어, 전문가 검토 의견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본보는 임신 사실 인지 시점 및 신청서 미기재 경위 등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거제씨월드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수족관 출산, 처벌 못하나 안 하나

거제씨월드에서 이달 1일 태어난 새끼 벨루가가 사흘 만에 폐사한 것과 관련, 동물보호단체는 현행법상 금지된 '신규 보유' 항목을 위반했다고 보고 거제씨월드를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법 시행 2년 반이 지나도록 명확한 해석이나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3년 12월부터 시행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수족관은 신규로 고래류를 보유할 수 없다. 문제는 지난해 경찰이 수족관 내 고래류 자연 증식을 '신규 보유'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린 데 있다. 경찰은 "해수부의 유권해석이 없는 상황에서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날 수 있다"며 공을 해수부에 넘겼다. 또 동물원수족관법이 특별법이라 고의범 처벌을 기본으로 하는데 고의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자연 증식 개체가 보유 금지 대상에 포함돼 몰수할 수 있다고 해도 신규 보유 금지 항목으로 다른 수족관으로 현행법상 보내기도 어렵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에 따라 수족관 내 고래류 자연 번식이 현행법상 '신규 보유'에 해당하는지, 또 자연 번식 개체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동물단체들은 경찰도 불송치 결정에서 "수족관 내 자연 번식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밝힌 만큼 수족관 내 고래류 출산에 대해서는 법 취지에 따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개체를 몰수해 다른 수족관으로 이송할 경우에 한해서는 신규 보유 금지 조항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정 팀장은 "환경청이 철저한 검토를 통해 법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해수부도 하루빨리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 제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달 중 현장점검을 나갈 예정이며 관련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대림 의원은 "벨루가와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이송 문제는 동물 복지와 국제 협약 기준을 최우선으로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환경청이 철저히 검증하고 제동을 건 것은 다행스럽고도 당연한 조치"라고 짚었다. 이어 "법 시행 이후에도 현장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해수부가 조속히 명확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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