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특별퇴직 실시... 은행권 '술렁'
최대 28개월치 임금에 복지혜택 제공
디지털 전환 속 은행권 인력재편 가속
비용 절감 뒤 남겨진 중장년 고용 과제
[지데일리] 하반기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다시 울렸다.
하나은행이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하면서 금융권의 세대 교체와 비용 효율화 움직임이 한층 빨라지는 분위기다. 고금리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금융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조직을 재편하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5일까지 만 40세 이상이면서 15년 이상 근속한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신청자는 접수 이후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이번 특별퇴직은 정년을 앞둔 직원뿐 아니라 비교적 젊은 연령층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퇴직 조건은 출생연도와 직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971년부터 1974년 사이 출생한 직원은 직급에 따라 최대 28개월치 평균임금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다. 1975년 이후 출생자는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월치 평균임금이 지급된다. 은행권 특별퇴직 제도 가운데서도 비교적 후한 수준의 보상안으로 평가된다.
추가 복지 혜택도 마련됐다. 1971~1974년생 특별퇴직자 가운데 책임자와 행원에게는 자녀학자금과 의료비 지원, 전직지원금 등이 제공된다. 퇴직 이후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1970년 하반기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 특별퇴직도 병행된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특별퇴직이 정례화된 인사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점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졌고 모바일 뱅킹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점포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성장 역시 전통 은행의 조직 효율화 압박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창구 업무와 상담 업무의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미래 성장 분야인 디지털 금융과 자산관리, 데이터 분석 인력 확보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존 조직을 슬림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특별퇴직 확대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숙련된 인력이 대거 조직을 떠날 경우 고객 관리와 내부 통제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고 예방과 리스크 관리에는 오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지나친 인력 감축은 조직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장년층 고용 문제도 사회적 과제로 남는다. 은행에서 퇴직한 직원 상당수가 재취업이나 창업에 나서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40~50대 직원들이 조기 퇴직하는 현상은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적 고민을 드러낸다.
은행들이 특별퇴직을 통해 비용 절감과 조직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퇴직 이후 삶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금융권의 인력 재편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직 효율성과 고용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