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카메라] 시행 22년 ‘경차 전용 주차구역’…실효성은 ‘글쎄’

한왕희 2026. 6.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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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도입된 지 22년이 됐지만, 세부 운영 기준과 관리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차 운전자에게 경차 전용 주차구역 주차 의무가 없고 일반 차량이 전용 구역에 주차하더라도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서다.

23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지난 2004년 정부가 경차 보급 활성화와 환경오염 저감 등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지자체 주차장 등 공영주차장을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2009년 전후로 대형마트와 공동주택 등 일정 규모 이상 부설주차장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주차장법 시행령 제4조에도 경형자동차를 위한 전용주차구획과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위한 전용주차구획을 합한 주차구획은 총 주차대수의 100분의 10 이상 전용 주차구역을 확보하도록 규정 되어 있다.

일부 지자체들도 제도 활성화를 위해 주차장 내 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할 경우 교통유발 부담금을 5%~10% 감면해주는 혜택을 준다. 교통유발 부담금은 도시교통정비지역 내 대형 시설물 소유자에게 교통 혼잡 유발에 대한 부담금으로,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23일 오전 수원의 한 공공기관 주차장에 마련된 경차 전용 구역에 경차와 일반 차량들이 뒤섞여 주차돼 있다. 배상일 기자

그러나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설치 기준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운영 지침이나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관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주차 현장에서는 일반 차량의 경차 전용 구역 주차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주차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해당 구역이 비어 있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본보 취재진이 찾은 수원의 한 공공기관 주차장에는 전체 449면 중 18면이 경차 전용 주차구역으로 조성돼 있으나, 이 중 3면에는 일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경차 전용 주차구역은 일반 주차면보다 너비 약 30cm, 길이 약 1m가량 작게 설계돼 있어 일반 차량이 주차할 경우 차량 일부가 주차선을 넘어 통행로를 침범하게 된다.

같은 날 부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도 전체 183면 중 6면이 경차 전용 주차구역으로 조성돼 있었으나, 이 구역만 비어 있고 다른 주차면은 경차와 일반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일반 차량들은 주차장을 계속해서 맴돌다 결국 경차 구역에 주차한다.

23일 오전 경차 전용 구역이 있는 수원의 한 공공기관 주차장 일반 차량 자리에 경차와 일반 차량들이 뒤섞여 주차돼 있다. 배상일 기자

시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경차 운전자들과 일반차 운전자들은 경차 전용 주차구역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수원에 거주하는 경차 운전자 A씨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있어 주차가 편리할 때도 있지만 일반 차량이 주차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제재 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일반 차량 운전자 B씨는 "경차 전용 주차구역이 있다고 해서 경차들이 그곳에만 주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차량과 함께 사용하는 상황에서 주차 공간이 부족하니 차라리 해당 구역을 없애고 일반 차량 주차 공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논란이 잦은 만큼 제도에 대한 보다 자세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이승기 대표 변호사는 "이 제도를 계속 운영하려면 단속 기준을 명확히 하고 위반했을 때 어떤 제재를 할 수 있는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동시에 주차장마다 이용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곳은 유지하고 실효성이 낮은 곳은 조정하는 현실적인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한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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