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에게 묻는 것은 쉬운 데, 나는 언제 생각하지?

박지현 서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6. 6. 2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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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박지현 서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챗GPT로 사주를 봤어요. 사업을 하면 대운이 열린다네요."

"친구에게 책을 선물하려고 하는 데 메모에 무슨 말을 쓰면 좋을지 물어봤어요. 정말 잘 가르쳐줘요."

"이제는 거의 비서죠."

최근 생성형 AI를 접하고 있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몹시 흥분하며 이야기한다. 사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사소한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부터 여행 계획, 기념일 축하 영상 제작까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곤 한다. 어느새 AI는 검색 도구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조언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며 문득 걱정이 든다. '이러다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닐까?'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과제를 준비하거나 시험공부 내용을 정리할 때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모습은 이제 너무도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생성형 AI 사용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AI가 작성한 과제를 그대로 제출한 사례가 적발되었고, 해외에서는 변호사가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법원에 제출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편리함과 위험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인 것이다.

'집단상담' 수업에 있었던 일이다. 학들에게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 결과물을 분석·수정한 뒤 최종안을 발표하도록 하였다.

발표하는 학생들은 감탄하며 이야기한다. "저희는 너무 놀랐어요." "정말 잘해요." "이런 세부 내용까지 제안해 주다니 신기했어요."

학생들의 반응을 들으면 생성형 AI의 뛰어난 능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그 중, 한 조는 'MBTI를 활용한 대인관계 향상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학생들은 4회기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매우 만족해했다. 활동 내용도 다양했고, 집단 구성원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활동도 포함되어 있었다.

발표를 한참 듣다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프로그램은 좋은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MBTI 검사는 언제 실시하나요?"

학생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

정작 'MBTI를 활용한 대인관계 향상 집단상담'이었지만 MBTI 검사를 실시하는 시간이 프로그램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MBTI검사 실시 시, 이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자격을 구비 한 사람만이 검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었다.

생성형 AI가 제시한 풍부한 아이디어에 감탄했지만, 정작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다. AI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였다.

AI와 인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AI는 사람과 섞여서 집단을 만나지 않는다. 참여자의 연령 수준도, 분위기도, 관계의 역동도 경험하지 않는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을 제시할 뿐이다. 반면 인간은 실제 사람을 만나고, 대상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준비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이다.

생성형 AI는 훌륭한 조력자이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친구는 새로운 생각을 제안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그러나 친구가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 아닐까 싶다.

AI 시대에 더욱 필요한 능력은 정답을 찾는 능력이 아니라, 정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라고 한다. AI와 함께 성장하되, '생각하는 힘만큼은 결코 AI에게 맡기지 말아야지' 오늘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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