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공 AI 챔피언을 놓고 겨루다… 코딩 경험 없는 ‘흑코더’의 반란
50대도, IT 비전공자도 “목표는 우승”
23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3층 콘퍼런스룸이 검은색과 흰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들이 입은 티셔츠에는 ‘AI CHAMPION HACKATHON’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공공 분야 ‘흑백 AI 챔피언 결정전’ 무대다.
AI 챔피언 해커톤은 중앙·지방 정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국민 서비스 개선 모델을 개발하는 경연 무대다. 대회 참가자들은 일상적인 자연어로 AI에 코드를 작성하게 하는 ‘바이브코딩(Vibe Coding)’ 방식으로 경쟁한다.

해커톤에는 24팀, 4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8.3대1 경쟁을 뚫고 이날 본선에 진출했다. 참가자들은 코딩 개발 경험 여부에 따라 백코더와 흑코더로 나뉜다. 개발 경험이 있으면 백코더(기술형), 개발 경험이 없으면 흑코더(기획형)로 분류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에서 인지도가 있는 유명 셰프를 ‘백수저’, 신흥 요리사를 ‘흑수저’로 구분한 것과 닮았다.
이날 본선 참가자 중 비IT 전공자 비율은 48%에 달했다. 지구과학교육을 전공했다는 한 참가자는 “비전공자도 AI 개발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며 “본선까지 온 만큼 목표는 우승”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대부분의 팀이 같은 기관 소속으로 구성됐지만, 다른 기관에 소속된 사람과 합심한 경우도 있었다. 신환철 화성특례시 빅데이터팀장은 안진희 국민권익위원회 사무관과 팀을 이뤘다. 신 팀장은 “안 사무관과는 소속 기관이 다르지만, 평소 업무를 하며 자주 소통했던 사이”라며 “공무원들이 AI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쉽게 접근해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방위사업청의 정연호 대위는 31세 동갑내기인 장성주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대리와 팀을 결성했다. 정 대위는 “서로 다른 기관에서 근무 중인 만큼 화상회의를 통해 해커톤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이번 해커톤 참가자 중 최고령자는 52세였다. 행안부 데이터정보화담당관실 소속 동갑내기 직원 두 명이 합을 맞췄다. 팀원 합산 나이가 104세로, 유일하게 100세를 돌파했다. 이들은 “AI라는 도구가 나이를 떠나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경남도청 팀은 팀원 간 나이 차가 가장 많이 나 주목받았다. 팀장인 정병도(49) 사무관과 팀원 탁서윤(27) 주무관의 나이 차는 22세였다. 탁 주무관은 “팀장님과 2021년과 2022년 경남도에서 진행한 사내 경진 대회에서 AI 서비스 5종을 개발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개발한 ‘출장증빙’ 설루션과 ‘언제가지’(구내식당 대기열 상태) 설루션은 현재 경남도 공무원들이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이날 생활안전과 복지혜택로 나뉘어 미션을 수행했다. 미션 수행 시간은 단 4시간. 복지혜택 파트에서는 ‘각 부처의 흩어진 복지·혜택을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 개발’을 과제로 제시했다. 생활안전 파트에서는 ‘생활 속 위험을 쉽게 인식하고 대비할 수 있는 대국민 서비스 개발’이 미션으로 부여됐다.
치열한 경쟁 끝에 복지혜택 파트에서는 드리미(고용노동부), 보듬(군산시 보건소), 아들넷딸둘(한국국제협력단), 이어드림(화성시·국민권익위) 등 4개 팀이 결선에 진출했다.
생활안전 파트에서는 동동즈(한국국토정보공사), 모모(보건복지부), 지금응급(한국국제협력단), 쭈구미(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등 4개 팀이 선발됐다.
결선 진출팀 중 아들넷딸둘과 동동즈 두 팀을 제외하곤 모두 ‘흑코더’였다. 행안부 관계자는 “코딩 경험이 있는 백코더보다 흑코더가 결선에 더 많이 진출했다”면서 “백코더가 기술 시연에 집중한 반면, 흑코더는 대국민 서비스 측면에서 아이디어와 사용자 환경(User Interface)에 초점을 맞춘 게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24일 결선을 펼친다. 결선에 오른 팀 중 대상에는 행안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준우승에 해당하는 최우수상에도 행안부 장관상과 상금 200만원이 지급된다. 우수상과 장려상에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원장상과 상금 100만원, 80만원이 각각 수여된다. 흑코더 중 최고에는 ‘기획형 특별상’(NIA 원장상+1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AI 해커톤은 이틀간의 경연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경연장에서 펼쳐진 아이디어 경쟁과 성과물을 실제로 도입해 AI 전환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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