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백남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구민주 2026. 6. 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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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20주기 넘어… 탄생 100년 ‘시대를 앞선 작업세계’ 준비한다

내달 16일 제1회 미디어아트페스티벌 예술가들 함께 노는 판 만들어
세계적 큐레이터 존 G. 한하르트와 특별대담으로 ‘현대적 의미’ 짚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서 아트센터 도착 뒤 8시간 ‘굿 퍼모먼스’ 주목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이 백남준의 작품 ‘TV정원’ 앞에서 이번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6.22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과의 인터뷰에서 백남준에 대한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생각의 축지법’이었다. 백남준은 굉장히 많은 정보에 열려 있었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며, 그 너머의 세계이자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예측했다. 그래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예술에 구분과 경계를 짓지 않았던 그의 작업 세계는 시대를 앞서갔다고 표현되기도 한다.

그가 내놓은 작품들과 그 안에 담겨진 사유들은 오늘날에도 유효하고 긴밀하게 연결된다. 새로운 시도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백남준의 생각들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박 관장은 백남준에 관해 조명되지 않은 지점이 바로 ‘순수한 인식론’에 있다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일상에 놓여진 다양한 이벤트와 관계 안에서 사유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근대 모더니즘의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일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인식론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있어 백남준이 굉장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박 관장의 생각이다.

박 관장은 “백남준이 했던 모든 저항적 태도는 모더니즘적인 사유 패러다임에 대한 반기이자 저항이고, 그것이 그 사람이 생각했던 아방가르드였을 것 같다”며 “백남준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작품 안에 스며있는 백남준 식의 인식론적 발굴 또는 개발이라고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규격화된 것들을 허물면서 실제로는 삶의 인식 태도 자체를 바꾸게 되는 장면을 선사했다고 본다”고 백남준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밝혔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박 관장이 백남준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됐던 작품은 ‘음악의 전시’와 ‘달은 가장 오래된 TV’였다. ‘음악의 전시’의 경우 파격적인 전시 설치 장면과 음악의 전시로서의 가능성, 특이하고 괴짜스러운 동양에서 온 문화적 테러리스트 등에 집중해 왜 이러한 전시를 했을까에 포커스를 뒀다고 했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에서는 달이라고 하는 대상과 텔레비전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대해 일관된 관심을 가졌다. 동양적 사유가 백남준에게 중요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했고, 그 이야기들의 깊이는 관장을 맡게 된 지금 더욱 깊어졌다. 직접적인 데이터들을 많이 보고, 또 백남준아트센터에서 해야할 역할들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다.

박 관장의 고민은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아 이를 기점으로 준비한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의 행성’과 이어진다. 박 관장은 백남준아트센터가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 되기 위해 그의 레거시를 지키는 것뿐 아니라 연구를 통한 확장, 동시대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동시성과 동시대성이 일어나야 한다고 봤다.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가 바로 이번 페스티벌인 것이다.

박 관장은 “동시대 예술가들이 집단적으로 참여해 함께 놀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백남준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백남준은 이곳이 소란스럽길 바랐을 거고, 특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생각지도 못했던 예술이 행해졌을 때 즐거워하지 않을까 떠올려 봤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문을 활짝 열고 누구든 이 집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맥락에서는 백남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문화적 행사를 만듦으로서, 백남준을 보러 오거나 페스티벌을 즐기러 오는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페스티벌이 잘 안착되면 이 동네 전체가 떠들썩한 아트 빌리지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이 백남준의 작품 ‘TV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6.22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다음달 16일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백남준의 행성’이라는 주제가 붙었다. 첫 번째로 치러지는 페스티벌인 만큼 주제에 상당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박 관장이 밝힌 이번 주제 선정의 이유는 백남준이 우리에게 행성 같은 존재이자, 그가 했던 행성적 사유의 관점을 꼽았다. 페스티벌은 전시 ‘별, 괘卦’와 ‘달들’을 중심으로 퍼포먼스, 학술, 기술랩, 대중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또 NJP 라운지, EMAP 2026, 한국영상자료원 상영회 등 관외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

특히 이번에는 백남준의 시대를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해 온 세계적인 큐레이터 존 G. 한하르트가 백남준아트센터를 찾는다. 그는 휘트니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의 주요 백남준 전시를 비롯해, 작가 사후 스미스소니언 전시까지 기획하며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존 G. 한하르트와 함께 백남준의 첫 월드투어 개인전을 기획한 이숙경 휘트어스미술관장이 특별 대담을 진행하며 백남준 예술의 현재적 의미를 짚어볼 예정이다.

‘굿’도 이번 페스티벌에서 주목할 만하다. 1990년 갤러리현대에서 백남준이 동료 요셉 보이스를 기억하며 펼친 굿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까지’에서 보여준 동해안별신굿이 백남준아트센터에서도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있는 백남준의 작품 ‘다다익선’에서 출발해 백남준아트센터에 도착한 뒤 장장 8시간에 걸친 퍼포먼스가 이어지게 되는데, 동해안별신굿 이수자이자 타악연주자인 방지원 작가와 함께 당시 ‘늑대 걸음으로’ 퍼포먼스에 참여했던 김영숙 전승교육사 등이 자리하며 새로운 시간들을 만들어 가게 된다.

2026.6.22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백남준 서거 20주기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페스티벌에 이어 박 관장은 2032년 백남준 탄생 100주기를 맞이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이는 백남준아트센터의 근미래에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계획이기에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부터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박 관장은 강조했다. 박 관장은 “일은 사람이 하는 것도 있지만, 신념과 가치가 끌고 갈 수도 있다. 백남준의 이야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그간 만들어온 네트워크를 토대로 기여하고 공헌했던 국내외 주요 기관들과 협력해 백남준을 전지구적 예술가로서 회자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백남준아트센터에서 해야 하는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백남준을 해석할 수 있는 키워드가 한국과 동아시아 전통 사상에 입각할 수 있도록 많이 열어놓아야 한다는 부분”이라며 “백남준의 사유를 꺼내 많은 정보와 경험들로 축적해 나가면서 그것이 하나의 거대한 기둥으로 뚫고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무척 중요하다 생각하고, 여전히 저는 그런 일들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박남희 관장은?
▲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 홍익대학교 영상·커뮤니케이션대학원 초빙교수
▲ 2022 제3회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
▲ 2016~202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 본부장 역임
▲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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