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걸리고, 치이고"…널브러진 전동킥보드 ‘골칫거리’
보행자 안전사고 우려 커져
이동약자 보행권까지 위협
허술한 관리 속 단속은 전무

"길을 걷다 보면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23일 오전 광주 서구 풍암동 사거리 횡단보도. 유동인구가 많은 이곳에는 공유 전동킥보드 한 대가 횡단보도 진입로 옆에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다. 인도 한복판에도 여러 대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일부 시민들은 무단 방치된 킥보드를 피해 차도로 내려서거나 몸을 비틀어 지나가야 했다.
최근 광주 도심 곳곳에서 공유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무단 방치가 반복되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보도와 횡단보도 진입로는 물론 점자블록과 자전거도로까지 침범하고 있지만 정작 단속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관리 부실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교차로 모퉁이와 횡단보도 주변 등 안전에 지장을 주는 장소의 정차를 제한하고 있다. 교차로 모퉁이로부터 5m 이내,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 구간 등에는 정차할 수 있다. 그러나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 이용자 특정이 쉽지 않아 실제 단속이나 범칙금 부과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시민들은 안전사고 위험을 호소하고 있다.
김민서(45)씨는 "전동킥보드에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신고를 하려고 해도 절차가 번거롭고 처리 결과도 알기 어려워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동약자들의 불편은 더욱 심각하다.
정은진(67)씨는 "허리가 좋지 않아 걷는 것 자체가 힘든데 인도마다 킥보드가 세워져 있어 피해 다니기 어렵다"며 "점자블록이나 보도 중앙에 세워진 킥보드는 사실상 장애물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와 광주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지정 주차구역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준수율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이승연(44)씨는 "주차구역이 있는데도 귀찮다는 이유로 아무 데나 세워두는 사람이 많다"며 "업체가 수거한다고 하지만 며칠씩 그대로 방치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무단 방치를 줄이기 위해 2024년부터 지하철역과 아파트 밀집지역 등을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주차구역 조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현재까지 북구 50곳, 서구 36곳, 남구 20곳 등 총 106곳의 주차구역이 설치됐다.
그러나 행정 대응은 시설 확충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들의 불법 주정차가 반복되고 있지만 실제 단속이나 범칙금 부과 사례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대부분 민원 접수 후 업체에 이동 조치를 요청하거나 자진 수거를 유도하는 방식에 그치고 있다.
결국 주차구역은 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준법 의식과 관리 체계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시민 불편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유 전동킥보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한 주차구역 확대를 넘어 지정구역 외 반납 제한, 즉시 견인, 반복 위반자 이용 제한 등 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와 협력해 무단 방치 문제를 줄여나가고 있다"며 "주차구역 확대와 함께 올바른 이용 문화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지인 인턴 기자 youi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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