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내놓고 자라"...수면 전문가가 꼽은 더운 밤 잘 자는 법, 과학적 원리는?

올여름은 기온뿐 아니라 습도까지 높은 역대급 '습열형 폭염'이 예고된 상태다. 밤에도 열기가 쉽게 식지 않으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져 잠들기 힘들고, 잠든 뒤에도 자주 깰 수 있다. 수면 전문가들은 더운 날씨에 숙면을 돕는 간단한 방법으로 '발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을 제안한다.
영국 매체 미러는 수면 치료사이자 수면 전문가인 나탈리 페니코트-콜리어의 도움 말을 통해, 여름밤 쉽게 잠들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건강한 수면 주기를 시작하고 유지하려면 몸의 중심 체온이 섭씨 1~2도 낮아져야 한다. 주변 온도가 높으면 몸의 자연적인 냉각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해 열이 몸 안에 남게 된다.
이때 몸속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으면 잠들기 어려워지고 잠든 뒤에도 수면이 방해받을 수 있다. 나탈리는 "발은 체열을 내보내는 중요한 부위 가운데 하나"라며 "이불 밖으로 발만 살짝 내놓는 간단한 행동만으로도 몸이 열을 식히고 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발만 시원해도 잠이 오는 이유…숙면 돕는 '체온 스위치'
이는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우리가 잠들기 직전에는 몸속 깊은 곳의 중심체온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이 과정은 졸음을 유도하는 중요한 생리 반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생리학회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중심체온이 낮아지는 시점과 수면 시작 시점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손과 발 같은 말단 부위의 피부 온도 변화가 잠드는 시간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수면 과학에서 손과 발은 '열 배출기' 역할을 하는 부위로 본다. 2026년 국제학술지 《임상 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발표된 종합적 연구에 따르면 손과 발에는 동정맥문합이라는 특수 혈관 구조가 많이 분포한다. 이 혈관은 일반 모세혈관보다 많은 혈류를 통과시켜 체열을 효율적으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손과 발이 인체의 '열 배출구' 역할을 하며 수면 전 체온 조절 과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프런티어스 인 사이키아트(Frontiers in Psychiatry)》 연구에서도 발 피부의 열 방출이 증가할수록 수면 시작이 쉬워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폭염으로 침실 온도가 높을 때 이불 밖으로 발을 내놓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도 몸이 열을 더 쉽게 내보내도록 돕기 때문이다.
더운 밤 숙면 취하는 방법들
폭염으로 침실 온도가 높을 때는 발 뿐 아니라 머리와 목 주변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22년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키아트(Frontiers in Psychiatr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마와 눈 주위를 적당히 따뜻하게 하거나 체온 조절을 돕는 자극을 주면 손과 발을 통한 열 방출이 증가하고 수면 시작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전문가들은 폭염 시 얼음주머니를 직접 피부에 대기보다 시원한 수건을 목 뒤나 이마에 가볍게 올려두는 방법을 권장한다. 목과 머리 주변에는 주요 혈관이 지나가 체온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 관리도 중요하다. 폭염 속에서는 땀 배출이 늘어 가벼운 탈수 상태만으로도 수면이 방해받을 수 있다. 미국수면재단에 따르면 잠들기 전 적절한 수분 섭취는 체온 조절에 도움이 된다. 잠들기 직전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야간 배뇨로 수면이 끊길 수 있어 취침 1~2시간 전에 충분히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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