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민주당 의원 ‘외투기업 먹튀 방지’ 입법 활발…국회 논의 더딘 건 숙제
한국지엠·마산FTZ 등 ‘지역경제 영향·특수성’ 반영
21대 국회서 임기 만료 폐기…연계 입법도 고민을

1989년 한국수미다전기, 2016년 한국산연… 마산자유무역지역에 터 잡았던 일본 투자기업이다. 일본 수미다전기는 자회사 한국수미다전기에 팩스 한 장을 보내 마산공장 450명 직원 해고를 통보했다. 일본 산켄전기가 100% 투자한 한국산연도 돌연 생산부문 폐지 결정과 함께 현장인원 69명 모두에게 정리해고 통보했다. 노사가 신뢰로 맺은 단체협약마저 깡그리 무시한 처사였다.
이 같은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이른바 '먹튀'(먹고 튀는) 행위를 근절하는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경남 여당 의원들을 주도로 속속 발의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성무(더불어민주당·창원 성산) 의원은 23일 '외국인 투자촉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세금 지원을 받는 외국인 투자기업이 폐업을 하려면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외국인투자위원회에서 심의해 부당한 사항이 확인되면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외국인 투자기업은 국내 진출 시 자국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폭의 혜택을 받는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최대 7년 감면받고, 공장 터 임대료 인하나 취득세·재산세 감면도 가능하다. 경기도 평택시에서는 15년간 85%, 시흥시에서는 10년간 85% 재산세 절세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지원은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제공된다. 반면에 외국인 투자기업이 자본 철수나 공장 폐쇄 등 방식으로 노동자 생존권을 위협하거나, 기업 대표를 타국으로 발령하면서 한국 노동법을 무력화하는 문제에는 아직 손쓸 방도가 없다. 그럼에도 입법 진전은 더디다.
21대 국회의에서는 창원 출신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 '근로자의 고용안정에 현저히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를 외국인 투자 제한 사유에 포함하는 '외국인 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21대 국회 내에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김정호(더불어민주당·김해 을) 의원이 외국인 투자기업에 폐업 사전신고제를 도입하는 '외국인 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허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안은 22대 국회 들어 두 번째 관련 법안이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외국인 투자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인원 구조조정을 할 때는 별도 고용보호계획을 수립해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상법과 관련해서는 프랑스 플로랑주법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사업장 폐쇄를 희망하는 사업주에게 인수자를 먼저 찾는 의무를 부과하고, 인수자를 포함한 모든 관련 정보를 노동자 대표기구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상법 개정에는 정부 관계자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지점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관련 개정법안이 속속 발의된만큼 국회 내 관련 상임위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허 의원은 "외국인 투자기업 지원은 기업에게만 도움을 주겠다는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공공적 투자"라며 "국민 세금이 투입된 만큼 기업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법적 제도적 기반을 단단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법안들을 논의하는 과정에 국회는 물론 정부도 외국인 투자기업 폐업과 철수 과정에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방안까지 폭넓게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두천 기자